베트남에선 실패한 ‘코리안 데스크’…캄보디아에서도 ‘산 넘어 산’

입력 2025-10-13 17:13
국민일보 DB.


경찰이 캄보디아에 ‘코리안 데스크(한국인 관련 사건 전담 경찰)’를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한국 경찰 파견과 캄보디아 정부 설득과정에서 여러 난관을 넘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과거 베트남 사례처럼 겉핥기식 협의가 되지 않도록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15년 경찰청과 베트남 공안이 한국인 연루 범죄를 막기 위해 설치한 코리안 데스크에는 한국 경찰이 파견되지 않았다. 대신 한국어가 가능한 베트남 공안 4명이 한국 관련 사건을 담당하고 있다. 한국에는 베트남어를 구사하는 한국 경찰로 구성된 베트남 데스크가 운영 중이다. 양측이 협력하는 관계인데 사실상 정보 교류에 그친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필리핀 코리안 데스크에는 한국 경찰을 파견해 현지 경찰과 합동 수사 및 정보 공유를 진행하며 도피 사범, 보이스피싱 조직 검거 등 구체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태국의 경찰기관에도 한국에서 파견된 경찰관 2명이 근무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캄보디아에 국내 경찰을 파견하지 못하면 필리핀처럼 뚜렷한 성과를 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박미랑 한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13일 “코리안 데스크를 베트남처럼 명목상 협약에 그칠 게 아니라 한국 경찰을 파견해 운영해야 긴밀한 협조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캄보디아에 코리안 데스크를 설치하기 위해선 현지 정부를 설득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필리핀은 코리안 데스크를 통해 한국의 선진 과학수사 기법과 치안 인프라를 도입할 수 있다고 판단해 설치를 추진했다”며 “캄보디아의 경우 정부 고위층이 중국 불법 카지노 자금 세력과 밀접한 관계여서 코리안 데스크 설치에 적극적으로 나설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차민주 기자 la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