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말라위에서 의료·교육 선교에 헌신한 강지헌(65) 선교사와 말레이시아에서 지역사회 개발을 이끈 채법관(62) 선교사가 제25회 언더우드 선교상을 수상했다. 시상식은 10월 1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루스채플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는 수상자 가족과 교계 인사, 연세대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강지헌 선교사는 1996년부터 우크라이나, 몽골을 거쳐 2015년부터 말라위에서 사역했다. 치과의사인 그는 현지에 실습병원을 신축하고 인턴제를 도입하는 등 보건 의료 인력 양성 기반을 마련했다. 교도소, 고아원, 난민촌 등 의료 사각지대에서 진료 봉사를 펼쳤고, ‘치소모 아동센터’를 통해 60여 명의 빈곤층 아동에게 학비와 교육을 지원했다.
강 선교사는 수상소감에서 “지난 30여 년 가까운 시간을 돌이켜 보면 하나님의 은혜와 인도하심이 없었다면 제가 아직 선교사로 남아 있기는 할까라는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선교는 내가 주체라고는 절대 말할 수 없는 것임을 다시 한번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강 선교사는 선교사의 역할을 ‘세상과 하나님의 나라를 연결하는 다리’로 정의했다. 이어 “그 두 세상이 하나가 됐을 때 다리는 수명을 다하고 폐기되는 운명이다. 그 폐기되는 운명을 영광으로 생각하며 그때가 오기를 기다리는 것이 선교사의 사명이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채법관 선교사는 1999년부터 27년간 말레이시아 사바 지역에서 헌신했다. 이슬람권의 제약 속에서도 60여 곳의 교회를 개척하고 약 20만 명에게 복음을 전했다. 800여 명의 이주노동자 자녀를 위한 ‘그레이스 센터’ 교육 여건을 마련했다. 또한 지역사회 개발을 위해 설립한 ‘가나안 농군학교’는 각종 세미나와 프로그램을 통해 경제 활성화에 기여했다.
채 선교사는 “이 영예로운 상은 제 개인의 것이 아니라 27년간 선교 여정을 함께 걸어온 모든 동역자들의 공로”라고 말했다. 그는 1997년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위암 수술 후 항암치료 중 선교 소명을 받았다고 회고했다. 또한 “험난한 여정을 기꺼이 동행해 준 아내 박정미 선교사에게 감사하다”고 전하며, 동역자들과 후원자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그는 “수많은 여정마다 주님의 마음을 품고 기도와 후원으로 동참해 주신 교회와 동역자들이 없었다면 이 모든 사역은 감히 감당하기조차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언더우드 선교상은 연세대 설립자 언더우드 선교사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정됐으며, 고(故) 제경오 회장의 기금으로 운영된다. 손영종 교학부총장은 경과보고를 통해 “지난 3월 실무위원회로 선발 일정을 시작했으며, 7월 8일 본회의에서 두 선교사를 최종 수상자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윤동섭 총장은 기념사에서 “언더우드 선교사님과 수많은 선교사님들이 보여주신 헌신과 사역은 연세대학교의 중요한 정신적 토대”라고 말했다. 윤 총장은 “강지헌 선교사님의 통합적 사역은 앞으로도 자립적 구조를 형성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또한 “채법관 선교사님의 포괄적인 통합 선교 사역은 복음전도는 물론 지역개발에 힘쓰고 있으며, 앞으로도 지속 가능성과 사회적 영향력을 확대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시상식에서는 연세대 학생들로 구성된 ‘언더우드 비전 앙상블’이 축하 연주를 선보였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