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에서 현지 범죄조직에 의해 고문당해 숨진 한국인 대학생 박모(20대)씨는 야간에 돈을 벌기 위해 택배일도 하고 눈이 오면 집 마당을 부지런히 쓸던 평범한 대학생이었다고 주변 지인들은 기억했다.
13일 대학생 박씨가 살았던 경북 예천 고향마을에서 만난 80대 어르신은 “박씨의 친할머니가 택배 일을 하는 박씨를 자랑스럽다는 듯 말한 적이 있어 기억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어르신은 박씨가 어렸을 적 아버지, 형과 함께 이곳 마을에 이사를 왔다고 했다.
그는 “박씨 형제는 친할머니와 아버지의 손에 길러졌다”며 “박씨 아버지가 두 아들을 키우려고 일용직 등 여러 일을 전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씨가 타지에 대학교를 간 이후에도 종종 집에 왔다”며 “지난 봄에도 마을에 와서는 나한테 반갑게 인사를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눈이 오면 집 마당을 부지런히 쓸고 동물을 좋아해 개랑 닭도 정성스럽게 키워서 기억에 남는 학생”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70대 주민은 “박씨가 성인이 된 이후에 택배 일을 하는 등 돈을 벌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고 한다”며 “집안 형편이 원래 좋지 못했는데 최근 친할머니도 몸이 좋지 않아 병원에 다니는 상황”이라고 했다.
지난 8월 박씨가 숨진 후 그의 아버지는 집 밖을 거의 나가지 않을 정도로 힘들어했다고 한다.
어르신은 “박씨 아버지가 출근 때 타는 화물차량이 언젠가부터 주차된 채 움직이질 않더라”며 “끼니를 거를 만큼 힘들어하니까 초등학교 친구가 와서 밥을 챙겨주곤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70대 주민은 “평소 한 없이 착한 청년이었는데 가난한 집안 사정으로 돈을 벌기 위해 친구의 꾐에 빠졌던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이어 “엄마가 없어 어릴적부터 할머니가 손자들을 키우다 시피했는데 행여 마음을 다칠까봐 사고 소식을 (할머니에게) 알리지도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씨는 예천에서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졸업한 뒤 안동에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충남지역 대학에 진학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박씨가 살던 마을에는 비가 내리며 적막감만 감돌았다.
그의 가족이 지내는 곳으로 알려진 주택에는 목줄에 묶여있는 반려견 한 마리만 외로이 집을 지키고 있었다.
유족은 아침 일찍부터 용무를 보기 위해 차를 타고 집을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경북지역에서 캄보디아로 출국했다가 실종됐다는 신고는 박씨 사건을 비롯해 모두 7건이 접수됐다. 이 중 2건(상주 1건, 경주 1건)은 미해결 상태라고 경찰은 밝혔다.
예천=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