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의 강행 추미애…조희대 “삼권분립서 찾기 어려운 예시”

입력 2025-10-13 13:51 수정 2025-10-13 14:10
곽규택, 나경원 의원 등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법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 진행과 관련해 추미애 법사위원장 자리로 찾아와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미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13일 대법원에 대한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을 참고인으로 세워 질의응답을 강행했다.

통상 대법원장은 국정감사 당일 인사말 후 자리를 비우고, 법원행정처장이 구체적인 사법 행정에 관해 답하는 관례를 깬 것이다. 조 대법원장은 약 1시간30분이 지나서야 국감장을 떠날 수 있었다.

조 대법원장은 이날 오전 10시10분쯤 법사위 국정감사장에 출석해 관례대로 기관장으로서 준비한 인사말을 읽었다.

조 대법원장은 인사말에서 “어떠한 재판을 했다는 이유로 재판 사항에 대해 법관을 증언대에 세우는 상황이 생기면 법관들이 헌법과 법률과 양심에 따라 재판하는 것이 위축되고 외부 눈치를 보는 결과에 이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13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여야 의원들의 설전을 지켜보다 눈을 감고 있다. 연합뉴스

이어 “삼권분립 체제를 가진 법치국가에선 재판 사항에 대해 법관을 감사나 청문회 대상으로 삼아 증언대에 세운 예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 조 대법원장에게 일반 증인으로서 답변을 요구했는데, 이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조 대법원장은 인사말 뒤 퇴장할 계획이었지만, 추 위원장이 이석을 명하지 않아 자리를 뜨지 못했다.

추 위원장은 조 대법원장 인사말이 끝난 뒤 “조 대법원장은 증인 채택에 대해선 불출석 의견서를 제출했다”면서도 “다음은 증인 선서 순서지만 뒤로 미루고 우선 조 대법원장에 대한 질의와 응답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소속 의원은 곧바로 질의를 쏟아냈다.

박균택 민주당 의원은 조 대법원장을 향해 ‘한덕수 총리를 만난 적이 있느냐’ ‘번갯불에 콩 볶아먹듯 속도 처리한 선거법 재판이 옳았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그러나 조 대법원장은 박 의원과 눈을 마주치지 않고 답을 하지 않았다.

조 대법원장은 서영교 민주당 의원이 ‘윤석열과 만난 적 있느냐’ ‘한덕수와 만난 적 있느냐’고 묻는 말에도 허공만 보며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조 대법원장은 이어지는 질문에 작게 고개를 끄덕이거나 여야 의원들의 설전을 바라보다가 눈을 감기도 했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은 추 위원장이 질의를 강행하려 하자 “대법원장을 감금한다” “답변을 강요한다”고 말하며 거세게 반발했다.

여야 의원들 설전이 이어지자,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나서서 조 대법원장 이석을 요청하기도 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법원 등에 대한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추미애 위원장에게 조희대 대법원장의 이석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천 처장은 “오늘 대법원장이 출석할지 고민을 많이 했지만 ‘사법부가 삼권분립을 존중받기 위해서는 우리도 국회를 존중해야 한다’는 생각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인사 말씀과 마무리 말씀은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지키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1987년 (개정)헌법이 성립되고 나서는 대법원장이 나와서 일문일답을 한 적이 없다”며 “김병로 초대 대법원장은 독립투사이고, 건국 초기 혼란을 갖다가 (해결하고자) 대표적인 지위를 겸직하신 분으로서 말씀하신 것이지 이렇게 재판사항에 대해 일문일답하신 적은 없다”고 부연했다.

천 처장은 “제가 답변하면서 부족한 부분은 마무리 말씀으로 대법원장이 하시는 것이…우리가 초등학교에 들어갈 때 교과서에서부터 (나오는) 삼권분립, 사법부 존중 이런 부분이 이 자리에서도 실현되는 모습을 원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국감은 조 대법원장 이석을 허가해달라는 국민의힘 의원들과 질의를 이어가려는 민주당 의원들 간 고성이 이어지다 중지됐고 조 대법원장은 오전 11시40분쯤 자리를 떴다.

조 대법원장은 국감 종료 전 마무리 발언 때 다시 국감장을 찾을 계획이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