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항생제 사용량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두 번째로 많은 것으로 나타나 국민 보건에 ‘적신호’가 켜졌다. 무분별한 항생제 사용으로 ‘슈퍼박테리아’를 키워 국민 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13일 질병관리청과 최근 발표된 OECD 보건 통계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의 항생제 사용량은 인구 1000명당 하루 31.8 DID(DDD/1000 inhabitants/day)를 나타냈다. 이는 2022년 4위(25.7 DID)에서 두 계단 상승한 것이다.
항생제 내성은 2019년 세계보건기구(WHO)가 인류의 10대 건강 위협으로 지목했었다. 이런 내성균에 감염되면 치료가 어렵고 입원 기간과 비용이 늘며 최악의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어 면역력이 약한 노인과 어린이에게 특히 치명적이다.
질병관리청은 이에 2024년 11월부터 ‘항생제 적정 사용 관리(ASP)’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이 사업은 병원 내 전문인력을 통해 불필요한 항생제 사용을 줄여 내성균 확산을 막는 것을 목표로 한다.
사업 효과는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사업을 의뢰받은 한양대 산학협력단 연구 결과 사업 참여 병원 모두(100%) 특정 항생제 처방을 관리하는 ‘제한항생제 프로그램’을 운영했지만 미참여 병원은 56.6%에 그쳤다.
특히 미생물 검사 결과에 따라 더 적합한 항생제로 바꾸도록 중재하는 활동은 참여 병원(59.2%)이 미참여 병원(10% 미만)을 압도해 관리 시스템이 빠르게 정착하고 있음을 증명했다.
다만 전문 인력 부족이 시급한 과제로 지적된다. 300병상 이상 의료기관 중 절반 이상(53.6%)이 인력 부족으로 사업에 참여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질병청은 곧 2차연도 시범사업 기관을 공모할 계획이다. 또 학계와 협력해 전문인력 교육과정을 개설하는 등 지원을 확대할 방침이다.
임승관 질병청장은 “ASP가 의료문화로 정착하고 중소·요양병원까지 확산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