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美, 중국 해치지 않고 돕기 원해”…갈등 재점화 속 ‘치고 빠지기’

입력 2025-10-13 06:05 수정 2025-10-13 07:29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미국은 중국을 해치려는 게 아니라 돕기 원한다”고 밝혔다. 이달 말 한국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미·중 무역 전쟁이 다시 불붙는 가운데 유화적 메시지를 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치고 빠지기’를 통해 협상력을 견인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트럼프는 이날 트루스소셜에 “그(시진핑 주석)는 중국이 불황에 빠지는 걸 원치 않는다. 나도 마찬가지”라고 적었다. 또 “중국에 대해 걱정하지 마라. 다 잘 될 것”이라며 “존경받는 시진핑 주석이 잠깐 안 좋은 순간을 겪은 것뿐”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를 언급한 것으로, 시 주석이 ‘안 좋은 순간’에서 벗어나면 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트럼프의 발언은 기존 관세 보복 발언과는 기류가 다르다. 트럼프는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를 강화하자 지난 10일 중국에 100% 추가 관세를 내달부터 부과하겠다며 맞대응에 나섰다. 중국의 수출 통제에 대해서는 “사악하고 적대적”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후엔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이 필요하지 않을 것 같다는 말도 했지만 APEC 회의에 참석은 하겠다고 했다.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의 문은 여전히 열어둔 것이다.

트럼프는 이날 이스라엘로 가는 에어포스원 안에서도 취재진과 만나 “나는 시 주석과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며 “그는 매우 강인한 사람이고 매우 똑똑한 사람이다. 중국의 훌륭한 지도자”라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다음 달 1일부터 중국에 10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계획을 여전히 갖고 있느냐는 질문에 “지금은 그렇다”면서도 “어떻게 될지 보자”고 말했다. 이어 “11월 1일은 나에게 아주 먼 미래와 같다. 다른 사람들에겐 임박한 시점 같겠지만 내게 11월 1일은 먼 미래처럼 느껴진다”며 아직 협상 시간이 남아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도 중국을 비판하면서도 협상 여지를 남겼다. J D 밴스 미국 부통령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 양국 무역 갈등에 대해 “많은 부분은 중국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밴스 부통령은 “만약 중국이 매우 공격적인 방식으로 대응한다면 미국 대통령은 중국보다 훨씬 더 많은 카드를 갖고 있다”며 “앞으로 몇 주간 우리는 중국이 우리와 무역 전쟁을 시작하고 싶은지, 아니면 정말로 이성적으로 행동하고자 하는지 제대로 파악하게 될 것이다. 난 중국이 이성적인 길을 택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중 정상이 만날 가능성에 대해 “(상대가) 대화에 관심이 있다면 대통령은 잘 알려진 대로 늘 대화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이미 중국과 실무급에서 접촉했으니 지켜보겠다”며 “우리는 미국과 전 세계의 기술 수출에 통제력을 행사하겠다는 이 새 프로그램(수출통제)을 용인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중국이 우호적으로 나올지는 미지수다. 싱크탱크 ‘민주주의수호재단’의 크레이그 싱글턴 중국 담당 선임연구원은 폴리티코에 “관세 휴전은 공식적으로 끝났으며, 이제는 ‘상호 확증 파괴’라는 새로운 역학이 시작되고 있다”며 “양측은 통제 불가능한 여파를 일으키지 않는 한도 내에서 경제적 상호의존성을 얼마나 무기화할 수 있는지를 계속 시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전날 “싸움을 바라지 않는다”면서도 “미국이 고집을 부린다면 상응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