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사망 대학생, 너무 맞아 숨도 못 쉬어” 증언

입력 2025-10-12 23:05
생성형 AI 로 만들어진 이미지 입니다.

캄보디아에서 고문을 당한 후 사망한 대학생과 같은 범죄 조직에 감금됐다가 구조된 한국인의 증언이 나왔다. 사망 대학생은 심한 구타를 당해 보행조차 어려운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12일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8월 9일 캄보디아 캄폿주 보코산 인근에서 구조된 A씨는 그 전날 사망한 대학생 B씨와 같은 시설에 감금돼 있었다. A씨는 박 의원실에 “B씨가 너무 맞아서 걷지도, 숨도 못 쉬는 상태였다”며 “병원 이송 중 사망했다”고 전했다.

B씨는 지난 7월 가족들에게 “여름방학에 해외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말한 후 캄보디아로 출국했다가 3주 후인 8월 8일 보코산 인근 범죄 단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경찰은 B씨의 사인을 ‘고문으로 인한 심장마비’로 추정했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살인과 사기 혐의 등으로 C씨(35) 등 30~40대 중국인 3명을 구속기소 했다. 이들은 B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B씨는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당시 차에 함께 있던 C씨 등 중국인 용의자 2명은 현장 체포됐다. 이후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범행 현장으로 추정되는 보코산 인근 빌라를 급습, 30대 중국인 공범을 추가로 검거해 구속했다.

B씨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중국인 용의자 3명. 캄보디아 경찰청

B씨가 발견된 지역은 한국인을 상대로 한 취업 사기와 감금 피해가 연이어 발생한 곳으로 전해졌다. 박 의원실이 외교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8월 캄보디아에서 취업 사기 후 감금을 당했다며 신고한 사례는 330건이다.

캄보디아에서 한국인 대상 범죄가 이어지자 경찰청은 ‘코리안 데스크’ 신설에 나섰다. 코리안 데스크는 현지 경찰청에서 근무하는 한국 경찰로 한국인 관련 범죄를 전담한다. 경찰청은 오는 23일 캄보디아 경찰과 양자 회담을 열어 코리안 데스크 설치를 위한 업무협약(MOU) 체결과 경찰관 파견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한편 이언주 민주당 최고위원은 “캄보디아 정부가 미온적으로 대처할 경우 자국민 보호를 위한 자력구제 등 군사적 조치까지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한국인을 대상으로 범죄나 테러를 일으킬 경우 끝까지 처벌받는다는 사실을 국제적으로 보여줘야 한다”며 “국제기구를 비롯해 동남아 국가들과 중국, 일본 정부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해서 소탕을 위한 합동작전이 필요하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캄보디아 대사를 초치해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끝내지 말고 캄보디아 정부의 적극적인 수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강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조현 외교부 장관은 지난 10일 쿠언 폰러타낙 주한캄보디아 대사를 외교부로 초치해 캄보디아에서 빈발하는 한국인 범죄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외교부는 이날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 대한 여행경보를 ‘여행자제’에서 ‘특별여행주의보’로 상향했다.

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