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尹 네덜란드 국빈 방문’ 때 차량 엔진·왕궁 승강기 크기 요청했다

입력 2025-10-12 21:15 수정 2025-10-12 22:18
2023년 당시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빌럼-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이 암스테르담 시내 공연장에서 열린 답례 문화 공연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네덜란드 국빈 방문 당시 우리 정부가 네덜란드 측에 차량의 엔진 크기와 왕궁 내 모든 승강기 크기까지 요청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네덜란드는 이례적으로 우리 대사를 초치했는데, ‘무리한 막판 요청’이라며 수용을 거부하는 등 항의한 사실도 드러났다.

12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2023년 윤 전 대통령 국빈 방문 당시 대통령실은 네덜란드 측에 차량 엔진 크기와 왕궁 내 모든 승강기 크기 측정 등을 요구했다. 당시 주네덜란드 한국 대사는 네덜란드 정부로부터 초치된 후 본부에 보고 문건을 올렸는데, 해당 문건에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것으로 파악됐다.

네덜란드 측은 우리 대사에게 “무리한 막판 요청 등을 수용할 수 없다” “불필요하거나 지엽적인 수준의 한국 측 문의 및 요청이 쏟아지고 있는바” “반드시 필요하거나 긴급한 사항들만 네덜란드 측과 협의해줄 것” 등의 발언을 쏟아내며 항의 표시했다. 당시 우리 대사가 초치되자 외교부는 ‘협의 과정’이라며 항의 차원이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네덜란드 정부가 우리 측의 무리한 요구에 불만을 나타낸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국빈 방문 전 경호 등을 위한 요청임에도, 네덜란드가 항의할 정도로 왕궁 내 승강기 크기 측정까지 요구한 것은 무례했단 지적이 나온다. 네덜란드 정부가 우리 대사를 초치하는 선에서 마무리됐지만 자칫 외교 참사로 이어질 수 있었다는 우려다. 외교부가 네덜란드 정부의 초치를 ‘소통 과정’이라고 설명한 것을 두고도 사안을 축소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재정 의원은 “외교부는 해당 사건 축소하기 위해 당시 대사의 초치 전문이 과장됐다고 하는 등 내부 보고를 평가절하했다”라며 “당시 상황과 초치 판단의 근거를 자세히 따져 물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박준상 기자 junwit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