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준PO)에서 격돌 중인 SSG 랜더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가을야구 운명이 ‘홈런 싸움’에서 엇갈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재현의 벼락 홈런으로 기선제압에 성공한 삼성은 1승을 선점했고, SSG는 김성욱의 극적 끝내기포로 반격에 성공했다. 리그 대표의 타자 친화적 구장인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펼쳐지는 3, 4차전은 거포들의 활약 유무에 따라 양 팀의 희비가 달라질 전망이다.
SSG와 삼성은 13일과 14일 양일간 대구에서 5전 3승제의 준PO 3, 4차전을 치른다. 역대 준PO에서 1승 1패를 기록한 뒤 3차전에서 승리한 팀의 플레이오프 진출 확률은 100%(7번 중 7번)다. 양 팀의 총력전이 예상되는 이유다.
이번 시리즈는 매 경기 홈런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1차전을 내준 SSG는 2차전 9회말 3-3 동점 상황에서 터진 이적생 김성욱의 천금 같은 끝내기 홈런에 힘입어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생애 첫 포스트시즌(PS)을 치르고 있는 고명준은 2경기 연속 대포를 가동하며 SSG 타선에 힘을 실었다.
정규시즌 홈런 1위(161개)의 삼성은 1차전에서 선발 최원태의 역투 속에 동갑내기 타자들의 연속 홈런으로 경기 초반 주도권을 잡았다. 이재현이 PS 사상 최초로 1회초 선두타자 초구 홈런을 쳐냈고, 김영웅이 3회초 투런 홈런을 터뜨리며 점수 차를 벌렸다.
양 팀은 3, 4차전에서도 ‘한 방’을 기대한다. 대구구장은 홈런 타구의 비중이 높은 펜스 좌우중간이 옥타곤 모양의 직선으로 이어져 있다. 좌우중간 펜스까지의 거리는 107m에 불과하다. 투수들에게 부담을 주는 요소다.
두 팀 모두 가을야구에 강했던 홈런 타자들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 박병호는 통산 PS 최다 홈런(14개)을 기록 중이고, SSG 최정은 이 부문 2위(13개)에 올라 있다. 올 정규시즌 50홈런의 르윈 디아즈(삼성)는 지난해 PS에서 5개의 대포를 쏘아 올렸다. PS 통산 8홈런의 한유섬(SSG)도 빼놓을 수 없다. 한유섬은 2018년 PO 5차전 끝내기포, 한국시리즈 6차전 결승포 등 결정적 순간마다 활약했다.
SSG는 드루 앤더슨, 삼성은 원태인을 3차전 선발로 내세운다. 둘 다 정규시즌 동안 12승을 올린 에이스다. 올 시즌 삼성을 상대로 1승 평균자책점 2.08의 호성적을 냈던 앤더슨은 최근 장염 여파로 등판 순서가 밀렸다. 6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지난 7일 와일드카드 2차전에 이어 마운드에 오르는 원태인은 체력이 변수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