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 역주행 1위…계속된 日애니 인기, 왜

입력 2025-10-12 16:06 수정 2025-10-12 18:31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의 한 장면. 소니 픽쳐스 제공

국내 극장가에 일본 애니메이션 열풍이 계속되고 있다. 개봉 3주 차인 영화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이 흥행 역주행을 펼치며 추석 기대작들을 제치고 박스오피스 1위로 올라섰다.

12일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은 전날 관객 12만9325명을 추가하며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다. 추석 연휴 내내 흥행 1위를 지킨 코미디 영화 ‘보스’(12만2840명)와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7만4991명),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주연의 할리우드 액션 대작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3만5895명)를 모두 제쳤다.

개봉 3주 차에 접어든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이 연휴 기간 가족 단위 관람객의 선택을 받은 ‘보스’의 흥행세를 따라잡은 점은 이례적이다. 조우진, 정경호, 박지환, 이규형 등이 출연한 ‘보스’는 개봉 첫날인 지난 3일 관객 24만명을 들이며 흥행 1위에 올라선 이후 7일 만에 170만명을 동원해 손익분기점을 넘어섰고, 이날 200만명을 돌파했다.

영화 '보스'의 한 장면. 하이브미디어코프 제공

앞서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이 국내 관객 537만명을 동원하며 ‘좀비딸’(562만명)에 이은 올해 흥행 2위에 등극한 데 이어 일본 애니 흥행 돌풍이 이어지는 모양새다. 지난달 24일 국내 개봉해 누적 관객 173만2282명을 기록 중인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은 스튜디오 지브리의 명작 ‘벼랑 위의 포뇨’(2008·152만명)를 넘어 일본 애니 국내 흥행 9위에 올랐다.

전 세계 누적 발행 부수 3000만부를 돌파한 후지모토 타츠키 작가의 인기 동명 만화 ‘체인소 맨’이 원작이다. 그중에서도 팬들에게 가장 사랑받은 에피소드 ‘레제편’을 영화화했다. 전기톱 악마 포치타와의 계약으로 온몸에서 전기톱이 뻗어 나오는 ‘체인소 맨’이 된 소년 덴지가 정체불명의 소녀 레제를 만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원작의 탄탄한 팬덤이 극장판 흥행을 주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여타 영화와 달리 10~20대 남성 관객의 비율이 높다. 팬들 사이에서는 ‘N차 관람’ 행렬도 이어진다. 영화 홍보 관계자는 “작화나 액션이 극장에서 볼 만하다는 인식이 번지면서 젊은 관객들이 많이 찾고 있다”며 “주차 별로 준비한 포스터, 포토카드 등의 입장객 선물을 받고자 N차 관람하는 경향도 있다”고 전했다.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 포스터. 소니 픽쳐스 제공

흥행 요인은 역시 작품의 완성도다. 압도적인 작화와 감각적인 연출이 돋보인다는 평가다. 일본 유명 애니메이션 제작사 MAPPA의 작품으로, TV 시리즈를 통해 연출력을 인정받은 요시하라 타츠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OST와 어우러진 다이내믹한 액션신이 4DX, 아이맥스 등 특별관에 최적화됐다는 점도 극장 관람을 이끄는 요소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원작 세계관을 모르고 봐도 무리 없을 말초적 감정을 다루면서 가벼운 로맨스와 코미디를 녹여냈다”며 “무한한 상상력이 뒷받침된 액션 장면은 극대화된 표현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계속되는 일본 애니 인기 이유에 대해선 “과거 마니아들의 전유물이던 일본 애니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발달로 대중화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