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연봉 1억’ 법원고위직 전관예우 자리로 전락한 법원집행관

입력 2025-10-12 14:35 수정 2025-10-12 15:00

법원의 4급 이상 고위직 공무원 퇴직자들이 연 수입 평균 1억원대 법원 집행관직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다수가 정년을 채우지 못하고 나가는 행태가 반복되며 집행관 자리가 법원 고위직의 전관예우성 재취업 자리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박준태 의원이 12일 국세청에서 제출받은 ‘최근 5년 지방청별 법원집행관 등록 및 수입금액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집행관 629명의 한 해 평균 소득은 1억2865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 부산청은 1억7630만원, 대전청은 1억7312만원, 서울청은 1억4007만원으로 집계됐다.

법원 집행관은 민사 재판에서 승소한 채권자를 대신해 채무자에게 재판 결과를 전달하거나 채무자 재산을 압류하는 등의 일을 맡는다. 이들은 지방법원장이 임명하고 법원장 감독을 받지만 법원에서 보수를 받지 않고 당사자로부터 수수료를 받는다. 상대적으로 법원의 관리에서 자유로운 탓에 집행관이 서류를 조작해 수수료를 부풀리거나 현장에 나가지 않고 수수료를 받는 등 비위가 적발되기도 했다.

집행관 대부분은 법원 고위직 출신들이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신규 임용된 집행관 122명 중 법원 출신은 79명으로 65%를 차지했다. 퇴임시 직급은 4급 이상이 68명(86%)로 가장 많았다. 5급은 8명, 6급은 3명이었다. 2020년부터 지난 7월까지 최근 5년 통계상으로도 임용된 집행관 773명 가운데 법원 출신이 554명으로 71%를 차지했고, 이중 4급 이상 고위직은 479명(86%)에 달했다.

특히 집행관 재취업에 성공한 법원 고위직 상당수가 자신들이 근무한 지역의 지방법원 집행관으로 다시 임용되는 경향을 보였다. 지난해 신규 임용된 법원 공무원 출신 집행관 79명 중 48명(60%)은 본인이 근무했던 지역 법원에 임용됐다. 지난 5년으로 기간을 넓히면 법원 출신 집행관 554명 중 303명(55%)이 근무했던 지역 법원으로 임용됐다.

공무원 정년을 앞두고 집행관으로 채용될 경우 집행관 임기 4년을 다 채우지 못하는 문제도 생긴다. 지난 5년 전체 신규임용 집행관 773명 중 346명(45%)이 정년 문제로 집행관 임기 만료 전 퇴직했다. 신규 임용자 평균 근속 연수는 2년 9개월에 그쳤다.

박 의원은 “법원 고위직 출신들이 자신이 근무한 지역 법원 집행관으로 다시 임용돼 임기조차 채우지 못하는 행태는 전형적인 ‘제 식구 챙기기’ 관행의 단면”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행 임용 방식으론 공정성과 전문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만큼 프랑스나 일본처럼 자격시험을 통한 공개 경쟁 선발제도를 도입해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강민 기자 riv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