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만 보는 아이, 어떡하죠…“규칙보다 애착이 먼저”

입력 2025-10-12 14:31 수정 2025-10-12 14:49
게티이미지뱅크

집집마다 전쟁이 벌어진다. 부모와 자녀의 긴장 관계를 고조시킨 건 장난감 정도로 생각했던 손바닥만한 도구. 부모도 처음엔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 아이 손에 쥐여주면 울음까지 뚝 그치게 한 이 마법의 양육 도구가 적으로 돌변할 줄은.

“스마트폰은 장난감이 아닙니다. 둘의 차이가 뭘까요. 온종일 블럭을 갖고 놀거나 숨바꼭질하는 아이는 없습니다. 그런데 스마트폰은 싫증이 나지 않습니다. 그런 자녀들에게 스마트폰을 빼앗으시겠다고요. 승산 없는 전쟁을 하고 계신 겁니다.”

가정사역단체 하이패밀리김향숙 공동대표는 11일 서울 삼일교회(송태근 목사)에서 열린 ‘스마트폰 과의존 예방 세미나’에서 스마트폰이 아이들의 영혼까지 병들게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밥 먹자고, 학원 갈 시간이라고, 대화하자고 소리쳐도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놓지 않으면 이미 자녀를 스마트폰에 빼앗긴 것”이라고 우려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제공

유아·아동과 청소년들의 스마트폰 과의존 현상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이 지난 3월 발표한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유아·아동층의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 비율은 최근 1년 사이 25.9%로 0.9%포인트 증가했고, 청소년은 42.6%로 전년 대비 2.5%포인트 늘었다. 다만 김 대표는 “어릴수록 회복 탄력성이 높다”며 다음의 방법들을 활용해 아이들의 ‘조절력’을 회복시킬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또 아비들아 너희 자녀를 노엽게 하지 말고 오직 주의 교양과 훈계로 양육하라”는 에베소서 6장 4절 말씀을 바탕으로 자녀들이 스마트폰 조절력을 기를 세 단계 전략을 제시했는데, 단계별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아이들과 좋은 관계 유지하기 ②부모 혼자 지침을 세우지 않기 ③규칙을 어겼을 땐 격려하기.

게티이미지뱅크

김 대표는 “스마트폰 조절력 회복에서 가장 중요한 건 첫 번째 단계”라며 “다들 규칙만 세우려고 하는데, 규칙은 조절력을 길러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규칙은 조절력의 결과물일 뿐”이라며 “행동을 수정하기 위해 관계를 파괴하지 말고, 관계를 변화시켜 행동을 수정하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의 말이다.

“어른이신 여러분은 싫어하는 사람 명령을 듣고 싶으신가요. 아이들 역시 좋아하는 사람의 말을 듣습니다. 먼저 아이들이 좋아하는 대상이 되세요. 자녀와의 관계를 잘 경작하는 게 우선입니다.”

스마트폰 사용 지침을 세울 땐 반드시 자녀와 함께 정하라고 했다. ‘나이와 기질에 맞는 스마트폰 사용 시간 정하기’ ‘할 일을 마친 뒤 사용하기’ 같은 방법이 예시로 나왔지만, 핵심은 아이들이 주체가 돼서 규칙을 세운 뒤 자발적으로 따르도록 하는 것. 김 대표는 “자녀가 보는 앞에서 부모도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걸 규칙에 반드시 포함시키라”며 “자녀가 규칙을 어겼을 땐 격려하고 성공 경험을 상기시켜야 한다. 성공 경험이 계속 쌓여야 스마트폰을 통제할 힘을 기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현성 기자 sag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