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길 막힌 새만금…푸둥은 날고 전북은 멈췄다

입력 2025-10-12 10:08 수정 2025-10-12 10:09
새만금국제공항 조감도. 전북도 제공.

“중국 푸둥 한번 가보세요. 우리나라 인천국제공항 못지않습니다. 새만금국제공항이 이렇게 허무하게 멈춘다면 전북의 미래는 참담할 겁니다.”

25년째 전북 완주산업단지에서 친환경 전자제품 제조업을 경영해온 모 업체 대표 A씨는 법원의 새만금국제공항 기본계획 취소 판결 소식에 탄식했다.

A 대표는 “수출품을 전부 인천공항으로 실어 나르고, 설비는 인천항으로 옮긴다”며 “왕복 500㎞를 트레일러로 오가다 보니 물류비 부담이 크다. 문제는 비용이 아니라 대체 수단이 없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북은 공항도, 대형 항만도 없어 결국 수도권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이 구조가 계속되면 지역에 공장을 두는 의미가 점점 사라진다”고 토로했다.

국내 최대 간척사업인 새만금 개발이 시작된 지 어느덧 35년. 총면적 409㎢(1억2370만평) 규모의 새만금은 ‘전북의 미래 성장거점’으로 불려왔지만, 이 거대한 땅을 움직일 동력으로 기대됐던 새만금국제공항 건설이 법원 판결로 제동이 걸리면서 전북의 성장지도가 흔들리고 있다.

지난달 11일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재판장 이주영)는 ‘새만금신공항 백지화공동행동’ 등 시민 1297명이 국토교통부 장관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이익형량의 정당성과 객관성을 갖추지 못해 계획재량을 일탈했다”며 국토부가 2021년 2월 고시한 기본계획을 취소했다.

1990년대 초 새만금과 비슷한 시기에 간척지 개발에 나선 중국 상하이 푸둥(浦東)과 견주어 보면 제자리걸음이다. 격세지감이란 말이 절로 나온다. 30여년이 흐른 지금 푸둥은 세계적 금융·물류 중심으로 성장했고, 상하이 푸둥국제공항은 연간 8000만명이 드나드는 글로벌 허브로 자리 잡았다. 과거 이용객 수 기준으로 세계 공항 순위 4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반면 한국의 새만금은 여전히 미완의 땅이다. 공항 하나를 두고도 법원과 정부, 지역이 엇갈리며 개발이 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12일 전북도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도내에는 총 212건, 16조5924억 원 규모의 투자가 이뤄졌으며, 이 중 상당수가 2차전지 및 관련 소재 부품 분야의 제조 기업을 중심으로 한 수출형 제조업체다. 그러나 물류망은 여전히 수도권 공항과 항만에 집중돼 있다. 도내 경제계 관계자는 “새만금권 기업 대부분이 수도권 물류 거점을 이용할 수밖에 없어 경쟁력이 떨어진다”며 “항공 물류 기반이 확보되지 않으면 투자 확산에도 제약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뿐 아니라 도민의 불편도 지속되고 있다. 전주와 익산 주민은 해외 출장을 위해 새벽 1~2시에 출발해 새벽 4시 인천공항에 도착해야 비행기 시간에 맞출 수 있다. 한 직장인(55)은 “비행기 타러 새벽에 출발해야 하는 불편이 계속된다면 결국 사람도, 기업도 떠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전북도는 국토교통부와 공동으로 법적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도는 보조참가 자격으로 소송에 직접 참여할 계획이며, 쟁점 사항에 대한 대응 논리를 보강하는 등 신속한 사업 정상화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북도 관계자는 “운송 물자, 이송 수단 제약에 따른 피해 규모를 수치화하고 있다”며 “정부와 협력해 대체 교통망 확보와 기업 지원대책을 병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항이 지연되면 새만금산단 3·7·8공구 조성, 제2호 투자진흥지구 지정, RE100(재생에너지 100%) 기반 첨단산단 유치 등 새만금 메가 프로젝트 전반에도 간접적인 파급이 예상된다.

신공항이 막히면 새만금의 산업벨트 전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전북도는 항소심 결과와 관계없이 새만금 산업벨트의 동력을 잃지 않도록 정부와 긴밀히 협의할 방침이다.

전주=최창환 기자 gwi122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