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대장’ 비트코인이 11일(현지시간) 미국과 중국 간 긴장 고조에 약세를 이어갔다. 이번 급락장에 롱 포지션(상승 베팅)을 잡은 트레이더들이 대규모 청산되며 총 70억 달러(약 10조원) 규모의 포지션이 강제로 정리됐다.
미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미 동부시간 이날 오후 6시53분(서부 오후 3시53분) 비트코인 개당 가격은 24시간 전보다 2.15% 내린 11만1178달러에 거래됐다. 전날 오전 12만 달러 선에서 거래되던 것과 비교하면 이틀 만에 8% 이상 내렸다. 지난 6일 사상 최고가인 12만6200달러를 기록했으나 1만5000달러 이상 급락했다.
이날 비트코인은 10만9600달러대까지 하락하면서 한때 11만 달러 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시가총액 2위인 이더리움은 3.58% 내린 3748달러, 리플(XRP)은 전날 10% 이상 급락한 뒤 3.56% 반등한 2.39달러에 거래됐다. 솔라나는 9.91% 다시 크게 떨어져 177.19달러, 도지코인도 2.99% 하락한 0.18달러를 나타냈다.
이번 급락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날 자신의 SNS인 트루스소셜에 미·중 무역 긴장 고조를 시사하는 글을 올린 뒤 시작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서 매우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그들(중국)은 매우 적대적으로 변하고 있으며, 세계 각국에 서한을 보내 ‘희토류’ 생산과 관련된 모든 요소에 대해 수출 통제를 하겠다고 통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이 순간 검토하는 정책 중 하나는 미국으로 들어오는 중국산 제품에 대한 대규모 관세 인상”이라며 “마찬가지로 다른 많은 대응 조치도 진지하게 검토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2주 뒤 한국에서 열리는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회의에서 시진핑(중국 국가주석)과 만날 예정이었지만 이제는 그럴 이유가 없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조치에 다음 달 1일부터 중국에 100% 추가 관세 부과로 맞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급락장이 코로나19 당시인 2020년 급락장과 맞먹는 수준이라고 보고 있다. 유명 트레이더 밥 루카스는 엑스(X·옛 트위터)에 “코로나급 핵폭탄이다. 끔찍할 정도로 난폭한 움직임이지만 동시에 ‘대형 세력의 털기(mother of shakeouts)’일 수도 있다”고 적었다.
또 다른 유명 트레이더 펜토시는 “지금 시장엔 감정이 폭발하고 있다. 이번 폭락은 역사상 세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극단적”이라며 “알트코인들도 코로나 폭락 당시만큼 급락했다”고 말했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