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윤상의 세상만사] 어쩌면 흔히 발생하는 일

입력 2025-10-12 18:34 수정 2025-10-12 18:34

“개인 돈입니다. 금융권 자금이 아닌 개인 자금으로 대출해 드리고요. 선이자 수수료, 카드 요구, 폰테크 그런 거 없어요. 이자는 월 2%로 나가고 있고요. 상환기간은 12개월에서 36개월입니다. 금액은 최소 100만원, 최대 2000만원까지 가능합니다. 필요하시면 진행을 도와드리겠습니다.”

군에서 막 제대한 그는 복학을 위해서는 당장 등록금이 필요했다. 여기저기 아르바이트를 하고는 있었지만, 생활비로도 부족했다. 마침 휴대전화에 찍힌 문자를 보고 연락했더니 텔레그램으로 유도했다. 대출해 준단다. 그나마 그가 감당할 수 있는 이자율로 등록금을 빌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무 고민 없이 대답했다. “진행하겠습니다.” 대출에 필요하다고 해서 그들이 원하는 정보도 보내줬다.

“고객님 지금 보시면 신용이 많이 안 좋으시고 조회 기록도 너무 많아서 대출은 이대로 조금 힘들고 대신 저희가 지금 급하게 채권추심직원이 필요한데 저희 쪽에서 일주일만 일해주시면 저희가 회사직원 대출로 해서 800만원 정도까지는 해드릴 수 있는데 이렇게 진행 도와드릴까요?”

“어떤 일을 하는 건가요?”

“하는 일 간단하게 설명해 드릴게요. 예를 들어 고객 한 분이 오늘 원금 납부 날입니다. 그럼 그 고객한테 가셔서 서류 전달하고 자금을 현금으로 받아서 저희가 지정한 계좌로 무통장입금해 줍니다. 1000만원 받아왔어요. 그럼 1000만원에 1% 10만원 챙기시고 990만원 저희 쪽으로 무통장입금 해주는 일입니다. 택시비 식비 지원됩니다.”

뭔가 찜찜했지만, 당장 등록금이 필요했던 그는 이것저것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업무지시는 바로 들어왔다. 일을 받고 나니 뭔가가 불길했다. 그래서 친한 친구에게 연락했다. “지인을 통해 수입이 좋은 일을 받았는데, 심심하니까 함께 다니자. 지인이 개인적으로 빌려준 돈을 받아오는 일이라서 다른 지역으로 돌아다녀야 돼서...” 친구는 흔쾌히 동행했다.

그가 채무자로부터 돈을 받는 동안에 친구는 차 안에서 기다렸다. 그가 여러 은행을 돌아다니며 수수료를 제한 돈을 송금하는 동안에 친구는 옆에서 돈을 세서 건네주었다. 그렇게 1주일 사이에 3명의 채무자로부터 약 5000만원을 받아서 수수료와 비용 80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돈을 지인이 지정한 계좌로 보내주었다.

그러나 곧 그가 뭔가 찜찜하게 생각했던 일의 실체가 드러났다. 그들은 다른 피해자로부터 돈을 받는 현장에서 잠복하고 있던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보이스피싱 수거책 노릇을 했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후회의 눈물을 흘렸지만, 이미 늦었다. 재판에서 형사처벌을 피하지 못한 그는 다행히 친구에게 무죄가 선고되자 그나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외부 필자의 기고 및 칼럼은 국민일보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엄윤상(법무법인 드림)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