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 같던 160일간의 ‘캄보디아 감금’… 한국인 2명 극적 구조

입력 2025-10-11 17:01
캄보디아 범죄단지에 감금됐던 한국인 남성 B씨가 보냈던 구조 요청 메시지.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한국인 대학생이 캄보디아에서 고문을 당해 숨진 사건이 뒤늦게 알려져 공분을 산 가운데, 캄보디아의 범죄단지에 감금됐던 한국인 2명이 구조됐다.

11일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등에 따르면 지난 2일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의 한 호텔에 감금됐던 한국 국적 남성 A씨와 B씨가 박 의원실의 도움으로 탈출에 성공했다.

A씨는 IT 관련 업무를 하면 월 800만원에서 1500만원의 고수익을 보장하고 1인 1실 호텔 숙소와 식사를 제공한다는 온라인 구인 글을 보고 캄보디아로 향했다. 처음에는 믿음이 안 갔지만, 텔레그램으로 소통하는 과정에서 비행기 티켓을 제공한다는 상대 측 제안에 ‘아니면 다시 돌아오자’라는 생각으로 떠났다고 한다.

그러나 현지에 도착하니, 해당 회사는 공무원을 사칭해서 보이스피싱을 시키는 범죄단지(웬치)에 있었다. A씨는 범죄에 가담하지 않으면 온종일 고문을 하겠다는 협박이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A씨가 반발하자, 일당은 A씨를 캄보디아 포이펫의 또 다른 범죄단지로 이동시킨 뒤 100여일간 폭행을 가했다고 한다.

한 차례 탈출을 시도한 적도 있었다. A씨와 한방을 쓰던 B씨가 텔레그램으로 구조 요청을 보내 현지 경찰이 범죄단지를 찾아온 것이다. 그러나 신고 사실이 발각돼 탈출이 무산됐고, 일당이 두 사람을 시아누크빌로 다시 이동시켰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그러나 A씨가 다시 구조요청을 보냈고, 이번에는 현지 경찰이 두 사람이 머물던 호텔에 찾아오며 160여일간의 감금 생활이 끝났다.

박 의원실은 지난달 초 B씨 어머니로부터 “우리 아들을 살려달라”는 요청을 받은 뒤 외교부, 영사관 등과 소통해 두 사람의 구출을 도운 것으로 전해졌다.

박 의원실이 외교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캄보디아에서 취업 사기 후 감금을 당했다며 공관에 신고한 사례는 330건에 이른다.

캄보디아에서 일어나는 피해 사례에 비해 재외공관의 인력과 예산이 부족한 만큼, 영사조력법 개정으로 재외국민 보호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게 박 의원실의 설명이다. 박 의원은 지난달 30일 재외국민 사건 사고에 대한 사전 모니터링 및 평가를 진행하고 실종 신고에 적극 대응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영사조력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박 의원은 “지금도 구조를 기다리는 우리 국민과 한국에서 애타게 기다리는 가족들이 있다”며 “국무조정실, 외교부 등 관계 기관이 적극적인 업무 협조를 통해 우리 국민을 안전하게 구출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확보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편, 경찰은 최근 발생한 ‘한국인 대학생 캄보디아 고문 사망’ 사건과 관련해 대포통장 모집책 일부를 지난달 국내에서 검거했다. 피해자인 경북 예천 출신 대학생 C씨는 지난 7월 가족들에게 “여름방학에 해외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말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했다가 실종됐다. 이후 지난 8월 8일 캄보디아 캄포트주 보코르산 인근 범죄단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현지 경찰은 C씨의 사인을 ‘고문으로 인한 심장마비’라고 추정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