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폭력의 공간에서 민주주의를 춤추다

입력 2025-10-11 00:01

1970~80년대 민주화운동 인사들에 대한 고문으로 악명 높았던 ‘남영동 대공분실’이 지난 6월 ‘민주화운동기념관’으로 재탄생했다. 개관을 기념해 민주화운동기념관에서 다양한 공연과 전시가 열렸다. 이 가운데 현대무용 안무가 최상철이 선보인 ‘민주주의에 말을 걸다’가 오는 15~18일 4개월 만에 재공연된다.

이번 재공연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업무협약(MOU) 체결 이후 첫 번째로 진행하는 공동 프로그램이다. 두 기관은 앞으로 민주화운동기념관을 거점으로 하는 창작 워크숍 및 인문 프로그램 운영, 전시 공간 교류와 공동 전시 기획, 공연예술 공동 개발 및 운영 등 다양한 협력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민주주의에 말을 걸다’는 초연 당시 “국가폭력의 아픔과 민주주의의 쟁점, 그리고 미래를 향한 희망의 메시지를 동시대의 코드로 풀어냈다”는 호평과 함께 매진을 기록했다. 김수근 건축가가 설계한 국가폭력의 공간인 옛 남영동 대공분실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공연은 프롤로그 ‘응시하다’를 시작으로 ‘강요된 기억’ ‘도륙된 몸과 몸’ ‘사각의 틈’ ‘민주주의에 말을 걸다’ ‘가든 오브 스트레인지 플라워’ ‘어느 날개의 기억’ ‘에필로그 Moon/문’ 등 총 6개의 장으로 구성됐다. 또한 장소특정형 이머시브 퍼포먼스 형식을 취한 공연은 시간의 흐름을 따르기보다 자유로운 감상을 할 수 있도록 관객의 이동과 체류 자체를 서사의 일부로 삼는다.

이번 재공연에서는 초연 당시의 호응을 바탕으로 구성과 동선을 재정비하였다. 보수 공사로 중단된 외벽 미디어 파사드는 과감히 삭제하는 대신, 분실동 내부에 새로운 장면을 추가해 서사에 응집력을 강화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