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대회 조편성은 기본적으로는 컴퓨터에 의해 무작위로 하지만 흥행조로 불리는 방송조(마지막 2개조)는 예외로 하는 게 관례다.
KLPGA투어 마지막조 편성 기준은 디펜딩 챔피언, 직전 대회 우승자, 상금랭킹 순위 순 또는 롤렉스 랭킹 상위순이다.
마지막 앞조는 대회별 이슈 또는 다양한 흥미 요소를 고려해 편성한다. 기준은 해당 시즌 우승자, 전 시즌 또는 해당 시즌 상금 순위 상위자. 주최사 요청 선수, 스토리텔링(상금랭킹, 신인상, 해외 선수 등)이다.
10일 경기도 용인시 88CC(파72)에서 개막한 KLPGA투어 신설대회인 K-FOOD 놀부·화미 마스터즈(총상금 12억 원) 조편성도 그 원칙에 입각해 편성됐다.
대회조직위가 편성한 이 대회 최대 흥행조는 2개 대회 연속 우승에 도전하는 김민솔(19·두산건설), 시즌 상금 순위 1위 노승희(24·요진건설), 대상 포인트 1위 유현조(20·삼천리) 조다.
시즌 3승을 거두고 있는 이예원(22·메디힐), 나란히 2승씩을 올린 방신실(20·KB금융그룹)과 홍정민(23·CJ)을 한 조로 묶은 다승왕 경쟁 팀도 대회 흥행을 책임질 카드 중 하나다.
성적만 놓고 보면 이들에 떨어지지만 팬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 매치업이 있다. 주최측이 대회가 추석 연휴 기간에 열리는 것을 감안해 추석 특집으로 편성한 ‘시댁에 가지 못한 며느리 팀’이다.
9시50분에 21조로 1번 홀(파4)에서 출발한 박주영(35·동부건설), 김지현(34·퍼시픽링스코리아), 최은우(30·아마노코리아) 조다.
올 시즌 KLPGA투어서 활동하는 선수 중 기혼자는 이들 3명 외에 영구시드권자인 안선주(38·만수정)까지 총 4명이다. 기혼자가 많지 않다는 건 그만큼 결혼 생활과 투어 생활을 병행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자녀가 있는 엄마 선수의 경우는 더 힘든 투어 생활을 할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이들은 투어에서 여전히 경쟁력이 있는 선수들로 통한다. 후배 선수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는 건 당연하다.
2010년에 투어에 데뷔해 통산 1승이 있는 박주영은 2021년에 치과의사와 결혼해 슬하에 1남이 있는 엄마 골퍼다. 2015년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한 시즌 활동하는 바람에 10년 이상 KLPGA투어서 활동한 선수들의 모임인 ‘K-10 클럽’ 가입을 1년 남기고 있다.
올 시즌 이 대회 전까지 23개 대회에 출전해 우승은 없으나 2차례 준우승 등 ‘톱10’에 4차례나 입상하면서 시즌 상금 순위 22위, 대상 포인트 27위에 자리하고 있다.
2010년에 투어에 데뷔해 김지현은 올 3월에 금융업에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남성과 결혼했다. 김지현은 2022년에 K-10클럽에 가입했다.
KLPGA투어 통산 5승이 있지만 올해는 예전 같지가 않다. 24개 대회에 출전해 ‘톱10’ 입상은 한 차례도 없고 상금 순위 81위에 자리하고 있다. 상금 순위 60위까지 주는 내년 시드 유지에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2015년에 KLPGA투어에 데뷔해 통산 2승이 있는 최은우는 작년 12월에 항공사에 근무중인 남편을 만나 결혼에 골인했다. 슬하에 자녀는 아직 없다. 작년에 K-10클럽에 가입해 현역 레전드로서 예우를 받고 있다.
최은우는 이 대회 전까지 4차례 ‘톱10’ 입상으로 상금 순위 34위에 자리하고 있다. 내년 시드 유지까지는 안정적인 위치다.
이들은 올해 추석에는 며느리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아니 할 수가 없다. 추석 연휴 기간에 대회가 열리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는 3라운드로 치러지지만 선수들은 대회를 앞두고서는 컨디션을 최상으로 유지해야 한다. 게다가 프로암에도 나가야 하므로 여의치가 않다. 설령 가더라도 오래 머물 수가 없다.
서울이 시댁인 박주영은 “시댁과 친정에 하루씩 다녀왔다. 일을 안시키고 쉬라고 하는데 어느 순간 보면 설거지를 하고 있더라”며 “맏며느리인데 일을 못하게 해 탕국 하나 끓였던 것 같다”고 웃어 보였다.
수원이 시댁인 최은우도 “가서 인사 드리고 밥만 먹고 왔다”라며 “결혼한지 10년된 형님이 위로 계시는데 여행을 가셔서 차례를 지내지 않아 조금은 미안함이 덜했다”고 했다.
서울이 시댁인 김지현도 “결혼 이후 첫 추석이어서 실감이 나지 않았다. 하루 다녀 왔는데 시댁에서 많이 배려를 해준다. 일은 전혀 못하게 한다”라고 했다.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현역 생활을 하느라 고생한다며 시댁에서 많은 응원과 격려를 해주셔서 큰 힘이 된다며 감사함을 전했다.
이어 맏언니격인 박주영은 “이제 (김))지현이랑 (최)은우도 아이가 생기면 아이들을 맡길 수 있는 유치원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한다”라며 “그러면 더 많은 선수들이 결혼과 육아에 대한 걱정없이 투어 활동을 이어갈 것 같다”는 바램을 밝히며 웃었다.
이들은 나란히 며느리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송구함은 대회 성적으로 갚겠다는 각오로 이번 대회에 임하고 있다.
대회 첫날 1라운드에서 최은우는 12번 홀(파4) 샷 이글을 앞세워 2언더파 70타를 쳐 공동 9위에 자리했다.
직전 대회인 동부건설·한국토지신탁 챔피언십에서 공동 2위에 입상한 박주영은 보기 1개에 버디 2개를 묶어 1언더파 71타를 쳐 공동 17위에 이름을 올려 상승세를 이어갔다.
반면 김지현은 버디는 1개에 그치고 보기 4개를 범해 3오버파 75타를 쳐 공동 77위로 밀려 컷 통과에 비상이 걸렸다.
이들이 추석 연휴 기간에 시댁에 가지 못한 미안함을 성적으로 덜어낼 수 있을 지가 이번 대회 주요 관전 포인트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용인=정대균골프선임기자(golf5601@kmib.co.kr)
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