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 최고 체감온도가 31℃에 이르는 기록적인 무더위에 원주우편집중국이 냉방기를 단 하루도 가동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냉방기 2대를 교대로 운영하던 중 앞서 고장 난 냉방기 1대를 2년 가까이 수리하지 않다가 나머지 1대마저 고장 나며 이런 사태가 벌어진 건데, 노동자 폭염 관리에 소홀하게 대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이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우정사업본부로부터 제출받은 냉방기 가동 기록에 따르면 원주우편집중국은 지난 8월 작업장 냉방기를 단 하루도 가동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9월도 23일 기준 냉방기 가동일은 0일이었다. 작업장에는 90여명(시간대별 교대 근무)의 직원과 분류 작업을 위해 방문하는 집배원 등이 근무한다.
원주우편집중국은 과부하 방지를 위해 냉방기 2대를 교대로 가동하고 있었다. 그중 1대는 2023년 6월 이미 고장 나 있었지만, 2년 가까이 방치된 상황에서 나머지 냉방기마저 지난 7월 30일 고장 나며 우편집중국 근로자들과 집배원들은 폭염 속에서 일해야 했다.
원주우편집중국은 냉방기 고장 이후 이동식 냉방기를 지원했다고 했지만, 작업장 내 실내 최고 체감온도가 31℃를 넘기는 날이 적지 않았다. 이 의원실이 확보한 실내 체감온도 자료를 보면 냉방기가 가동되지 않았던 8월 중 실내 최고 체감온도가 오전 8시부터 31℃를 넘는 날들이 있었다. 지난 8월 원주 폭염 특보 발표 일수는 22일, 평균 최고기온은 32.2℃에 평균 최고 체감온도는 33.5℃였다.
내구연한이 15년인 냉방기를 기한을 한참 넘겨 25년간 사용한 탓에 예견된 사고라는 지적이 나온다. 원주우편집중국 측은 “기획재정부 예산 반영이 없는 채 운영을 하다 보니 매년 기계 성능 점검을 하더라도 고장을 막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집배원을 포함해 우편집중국 근로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이 반복되지만, 자정 노력은 이뤄지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과거 2022~2023년 영암우편집중국에서도 냉방기가 가동되지 않는 유사한 사례가 있었다. 이 의원실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영암우편집중국은 2022년 8월과 2023년 7~8월 단 하루도 냉방기를 가동하지 않았다. 당시 영암 평균 최고기온은 약 30~32℃였다.
이 의원은 “설비점검에도 불구하고 노후화로 인해 냉방기 고장을 예방할 수 없었다”며 “재정당국의 예산 미반영과 우정당국의 미온적 집행이 더해져 벌어진 일로 노동자의 건강권을 무시하는 관행이 드러난 대표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우정당국은 최소한의 노동환경 보장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성윤수 기자 tigri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