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교 유착’ 통일교 한학자 총재 재판행

입력 2025-10-10 16:15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지난달 2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진행된 구속 전 피의자심문이 끝난 뒤 휠체어를 탄 채 법원을 나오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정권과 통일교 간 ‘정교유착’ 의혹을 수사 중인 김건희 특검이 한학자 통일교 총재를 10일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한 총재와 함께 각종 로비 의혹에 공모한 혐의를 받는 정원주 전 통일교 비서실장은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특검은 이날 한 총재를 정치자금법 및 청탁금지법 위반, 업무상 횡령 및 특경법 위반(횡령), 증거인멸교사 등 4가지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 한 총재와 마찬가지로 4가지 혐의를 받는 정씨는 불구속 기소됐다.

이날 특검은 지난 8월 구속기소 됐던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영호씨는 정치자금법 및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추가해 기소했다. 윤씨의 아내이자 통일교에서 재정을 담당한 이모씨도 업무상 횡령 혐의로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한 총재는 정씨, 윤씨와 공모해 2022년 1월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게 1억원의 정치자금을 전달하고, 같은 해 3~4월 통일교 단체 자금 1억4400만원으로 국민의힘 국회의원 등에게 쪼개기 후원을 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를 받는다.

특검은 한 총재와 정씨, 윤씨가 공모해 그해 7월 두차례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김건희 여사에게 고가 목걸이와 샤넬백을 건네며 교단 현안을 청탁한 혐의(청탁금지법 위반)도 공소 사실에 포함했다.

이밖에 한 전 총재와 정씨는 그해 10월쯤 자신들의 카지노 원정도박 관련 수사 정보를 취득한 뒤 윤씨에게 증거인멸을 지시한 혐의(증거인멸교사)도 적용됐다.

특검은 한 총재와 정씨, 윤씨가 공모해 각종 ‘로비 행위’에 통일교 자금 수억여원을 불법적으로 활용했다며 횡령 혐의도 적용했다.

특검은 세 사람이 2022년 1월 권 의원에게 건넨 정치자금 1억원, 같은해 3~4월 국민의힘에 대한 쪼개기 후원금 지급을 위해 2억1000만원, 같은해 4~7월 김 여사에게 전달한 고가 선물을 구매하는 대금으로 8200만원,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통일교 산하 기관들의 자금 1억1000만원을 임의로 썼다고 봤다.

특검은 향후 통일교 측이 2023년 3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와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교인들을 대거 입당시켰다는 의혹 수사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한 총재가 2022년 2∼3월 권 의원에게 금품이 든 쇼핑백을 줬다는 의혹도 수사 대상이다.

한 총재는 지난달 초 특검의 출석 요구에 세 차례 불응하다 공범인 권 의원이 구속된 뒤 임의로 출석해 9시간 반가량 조사 받았다.

조사 이튿날 특검은 한 총재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은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는 이유로 이를 발부했다.

이후 한 총재 측은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구속 생활을 이어갈 수 없다는 이유 등으로 구속적부심사를 청구했으나 법원은 지난 1일 기각했다.

통일교 측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특검의 한 총재 기소에 유감을 표했다.

통일교 측은 “한 총재가 종교 지도자로서 수행해 온 상징적, 정신적 역할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 결과”라며 “한 총재는 정치적 이익이나 금전적 목적과는 무관하게 신앙적 사명을 수행해 왔고, 이번 사건을 지시하거나 관여한 바 없다”고 밝혔다.

신지호 기자 p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