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전산망 마비를 불러온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 원인을 수사 중인 경찰이 공사 당시 부속 전원을 차단하지 않았다는 업체 관계자의 진술을 확보했다.
대전경찰청 국정자원 화재 전담수사팀은 업무상 실화 혐의로 공사업체 관계자 1명을 추가 입건했다고 10일 밝혔다. 이로써 경찰이 이번 화재와 관련해 입건한 인원은 4명에서 5명으로 늘었다.
앞서 경찰은 화재 현장에 있었던 책임자와 작업자 등 5명을 포함해 모두 26명을 대상으로 참고인 조사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작업 당시 주 전원(메인 차단기)은 차단했지만, 부속 전원(랙 차단기)은 차단하지 않았다”는 공사 관계자 진술을 확보했다. 이에 경찰은 정확한 차단 여부를 확인하고자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한 상태다.
아울러 로그 기록상 최초 발화한 것으로 추정되는 배터리 충전율은 당초 90%로 조사됐으나, 보정률을 감안하면 실제 충전율은 80% 수준이라는 전문가 진술도 확보됐다.
이번 화재는 국정자원 5층 전산실의 무정전·전원장치(UPS) 리튬이온배터리를 서버와 분리해 지하로 이전하기 위한 작업 과정에서 발생했다.
조사 결과 작업자들은 지난달 26일 오후 7시9분쯤 배터리의 주 전원을 차단했다. 이로부터 1시간7분 뒤인 오후 8시16분쯤 전산실 내의 노후 배터리에서 발화가 시작됐다.
경찰은 추석 연휴 직전인 지난 2일 약 7시간에 걸쳐 국정자원과 관련 업체 3곳을 압수수색했다. 이를 통해 사업계획서, 배터리 로그기록 등 박스 9개 분량의 자료를 확보하고 연휴 기간 내내 압수물 분석 작업을 벌였다. 전원 차단 여부를 포함해 작업의 적절성을 파악하는 게 화재 원인을 규명하는 데 중요 단서가 될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수사팀 관계자는 “주 전원 이후 부속 전원을 차단하지 않았다는 진술이 나온 만큼 정밀 감정을 통해 정확한 경위를 파악할 방침”이라며 “현장에서 회수한 배터리에 대한 분해검사, 동일 기종 배터리 재현실험 등을 통해 수사를 다각도로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화재로 무인민원발급기와 모바일 주민등록증 발급, 정부24 등 정부 전산시스템 709개가 마비되거나 장애를 겪었다. 이날 낮 12시 기준 217개 서비스가 정상화돼 시스템 복구율은 30.6%로 나타났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