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의 위법성을 숨기기 위해 비화폰 기록을 삭제하라고 지시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윤 전 대통령이 경호처장에게 ‘체포를 막기 위해 총 한 번만 쏘면 되지 않느냐’고 말한 것을 전해 들었다는 증언 역시 나왔다.
김대경 전 대통령경호처 지원본부장은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5부(재판장 백대현) 심리로 열린 윤 전 대통령의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 재판에서 이같이 증언했다. 계엄 선포 3일 후인 지난해 12월 6일 박종준 전 경호처장이 ‘대통령의 지시’라며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 등의 비화폰 기록을 삭제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김 전 본부장은 이날 “계엄 이후 사령관들의 통화 기록이 이슈가 됐기에 그 증거를 지우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대통령의 지시가 없었다면 박 천 처장이 지시를 할 이유가 없었다고 보냐는 특검 측 질문에도 “그렇다”고 답변했다. 그는 삭제 지시가 부당하고 위법하다고 생각해 따르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 전 본부장은 경호처 직원들이 삭제 지시를 따르지 않자 박 전 처장이 수차례 직원들을 다그쳤다고도 말했다. 그는 “지시 내용의 위법성을 설명하고, 시간을 끌기 위해 보고서를 작성해 제출하니 박 전 처장이 ‘왜 이런 보고서를 만드냐’며 질책했다”고 말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윤 전 대통령의 ‘체포 방해’ 혐의 관련 증언들 역시 나왔다. 김 전 본부장은 지난 2월 국정조사 청문회가 끝난 뒤 박 전 처장으로부터 ‘수사기관에 출석하라는 건의를 대통령이 듣지 않았다. 대통령이 총 한 번만 쏘면 되지 않느냐고 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김 전 본부장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하기 위한 경호처의 구체적인 움직임에 대해서도 증언했다. 지난 1월 3일 공수처의 1차 체포 집행이 저지된 이후 이광우 전 경호처 경호본부장이 “공포탄을 쏴서 겁을 줘야 한다며 38권총을 구해달라고 했느냐”는 특검 측의 질문에 김 전 본부장은 “그렇다”고 답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의 보석 청구가 기각된 후 열린 첫 재판에서 윤 전 대통령은 또다시 불출석했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건강을 이유로 불출석사유서를 제출했다”며 “정당한 사유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구치소 측에 윤 전 대통령의 구인 가능성 등을 문의한 뒤 피고인의 출석 없이 진행하는 궐석 재판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윤준식 기자 semip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