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10일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 방문해 화재 피해 복구 현황을 점검하고 복구 실무자들을 격려했다. 야권이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에 대한 정부 부실 대처를 문제 삼으며 국정조사 개최까지 언급하는 가운데 사태의 더 큰 확산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 방문해 화재 구역 배터리를 모아 둔 냉각 침수조를 둘러본 뒤, 실제 화재가 발생한 5층 전산실을 찾아 피해 상황을 점검했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발화 요인을 구체적으로 묻고, 적재 방식에 문제점은 없는지 등을 면밀히 확인했다고 김남준 대통령실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에서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후 현장 간담회를 주재하고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으로부터 복구 진행 상황과 향후 조치 계획 등을 보고 받았다. 실무자들로부터는 현장에서 느끼는 고충을 세심히 청취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국가 전산 자원의 중요도는 국방에 비견할 만하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게 신속한 복구와 확고한 재발 방지 대책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명절 휴일도 반납하고 비상근무 중인 행정안전부와 복구 업체 직원들이 신체적·정신적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안전한 근무 환경을 마련할 것을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이제 전산 데이터는 국가 운영의 핵심이라는 걸 온 국민이 느끼게 됐다”며 “자부심을 갖고 일해달라”고 실무진들을 격려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복구가 가장 중요하다. 예산과 인력을 사용하는 데 효율적이고 신속하게 해달라”고 당부했다.
현재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현장에는 공무원 220여명, 사업자 상주 인원 574명, 분진 제거 및 기술지원 인력 160여명 등 총 960여명이 시스템 복구에 나선 상태다.
이 대통령은 애초 이날 연차를 쓰고 긴 휴식을 가지며 정국 구상에 몰두한단 방침이었다. ‘일할 땐 일하고 쉴 땐 쉬자’는 이 대통령 의중이 반영됐고, 내수 진작에 대한 메시지를 주려는 취지도 있었다는 게 대통령실 설명이다.
그러나 이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에 대한 정부 책임론이 야권을 중심으로 강하게 제기됐다. 특히 이 대통령의 JTBC 예능 ‘냉장고를 부탁해’ 출연 시점과 관련한 여야 공방이 이어졌다. 국민의힘은 화재 원인과 피해 규모, 콘트롤타워인 대통령실 대응까지 총체적 부실에 대한 국정조사 개최도 언급하기 시작했다.
이에 이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연차를 사용한 상황에서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점검에 나선 데 대해 야권에 공세의 빌미를 더 내주지 않기 위한 사전 차단 취지라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역대 대통령들이 경찰서, 소방서를 방문한 것처럼 명절 연휴 때 가장 고생하는 곳의 공무원과 관계자들을 격려하러 간 자리”라며 “야당 공세와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