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 산하기관 임원 자리가 사실상 행안부 퇴직 공무원의 재취업 통로로 이용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더불어민주당 김성회 의원실이 행안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방공기업평가원, 대한지방행정공제회 등 행안부 산하기관 기관장 11명 중 8명이 행안부 출신 퇴직 공무원이었다.
인사혁신처가 고시하는 취업심사 대상 기관으로 지정돼 행안부 관료가 퇴직 후 직행하기 어려운 한국승강기안전공단이나 기관 특성상 민간 협력이 중요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을 제외하면 산하기관장 자리 전부를 행안부 퇴직 공무원이 차지한 것이다.
행안부 출신 공무원의 산하기관 재취업은 과거 내무부 시절부터 이어진 오랜 관행이다. 1992년 설립된 지방자치경영협회가 전신인 지방공기업평가원은 역대 이사장 12명 중 11명이 퇴직 공무원 몫이었다. 이 가운데 10명은 행안부(내무부·행정자치부 포함)에서 국·실장급 이상 보직을 맡았던 관료였다.
지방자치단체와 행안부 공무원을 회원으로 둔 공제기관인 대한지방행정공제회 경우도 마찬가지다. 1990년 특별법이 제정되면서 기관장 선임 방식이 장관의 임명에서 이사회 선출로 바뀌었음에도, 이후 선임된 이사장 14명 중 13명이 행안부 출신 퇴직 공무원이었다.
전국 지자체의 상호지원을 위한 공제기관인 한국지방재정공제회도 2000년대 이후 임명된 이사장 10명 모두 행안부에서 국·실장 이상의 직책으로 퇴직한 공무원이다.
일반적으로 산하기관은 정부 부처에서 직접 수행하기 어려운 전문적이고 특수한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설립된다. 따라서 기관장에게는 업무 특성에 맞는 전문성과 리더십이 요구되는데, 그 자리를 퇴직 공무원이 독점하게 돼 기관의 설립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또 고위급 퇴직 관료가 기관장으로 선임될 경우, 해당 기관을 관리·감독해야 하는 후배 현직 공무원이 감사 등 업무상 필요한 조치를 제대로 시행하기 어려워져 결과적으로 소관 부처의 감독 기능이 약화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김 의원은 “지금처럼 행안부 산하기관이 퇴직 공무원의 노후 보장 수단으로 이용될 경우 기관의 경쟁력은 저하될 수밖에 없다”며 “기관 업무 역량에 초점을 맞춰 기관장 선임이 이뤄지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혜원 기자 ki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