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을 앞두고 전 세계 곳곳에서 한국어를 배우려는 열기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한국어능력시험(TOPIK·토픽) 지원자가 이미 55만명을 넘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고, 한글의 세계화 속도도 한층 빨라지고 있다. 그러나 응시자가 급증한 만큼 부정행위도 함께 늘어 공정한 시험 운영을 위한 관리 강화가 요구되고 있다.
10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부산 사상구)이 교육부와 국립국제교육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TOPIK 지원자는 49만3287명으로, 2020년(21만8869명) 대비 약 2.25배 늘었다. 올해는 지난달 기준 누적 55만3237명으로 이미 지난 해 연간 치를 넘어섰다.
시험 시행 국가는 2021년 75개국에서 올해 89개국으로 확대돼 한류 콘텐츠와 유학, 취업을 계기로 한국어를 배우려는 세계인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시험 방식도 변화하고 있다. TOPIK은 종이 기반(PBT) 시험이 여전히 주류지만, 2023년부터 도입된 온라인 기반(IBT) 시험은 시행 3년 만에 응시자가 6400명을 넘어서며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온라인 시험은 접근성을 높였지만, 보안 체계가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으면 부정행위의 위험도 커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관리 허점은 부정행위 통계에서도 드러났다. 최근 5년간(2021~2025년 7월) 부정행위로 적발된 사례는 1611건에 달했다. 이 가운데 국내 적발이 1050건(65%), 국외는 561건으로 집계됐다.
부정행위의 주요 유형은 전자기기 사용(488건), 시험시간 위반(211건), 대리 응시(137건) 등이다. 국외에서는 베트남(233건), 중국(132건), 우즈베키스탄(105건) 순으로 부정행위가 많았다. 한국어 학습 열기가 가장 높은 지역에서 관리 체계가 취약하다는 점이 드러난 셈이다.
전문가들은 TOPIK이 ‘양적 성장’을 넘어 ‘질적 신뢰’로 나아가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IBT 확대로 관리와 감독의 중요성이 커진 만큼, 보안 시스템 고도화와 현장 감독 인력 확충 등 실질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 교육 관계자는 “TOPIK이 전 세계로 확산했지만, 감독 인력과 기술적 대응은 여전히 부족하다”며 “현장 통제력 강화를 위한 인력 확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K-팝과 드라마 등 한국 문화 콘텐츠의 인기로 한국어가 세계인이 가장 배우고 싶은 언어로 자리 잡았지만, 시험 관리와 기술적 대응은 여전히 미흡하다”며 “시스템 개선만으로는 대리시험이나 부정행위를 완전히 막기 어려운 만큼, 현장 중심의 관리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글은 세종대왕의 애민 정신으로 태어난 문자이며, 한국어능력시험은 그 정신을 세계로 잇는 통로”라며 “한글날을 맞아 한국어를 배우려는 이들이 공정한 환경에서 실력을 평가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점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