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시록적 공포 속에서 재확인된 예술의 힘”…노벨문학상 헝가리 작가 크러스너호르커이

입력 2025-10-09 21:35 수정 2025-10-09 22:34
2025 노벨문학상 수상자 라슬로 크라스나호르카이. EPA연합뉴스

헝가리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70)가 2025년 노벨문학상의 영예를 안았다.

스웨덴 한림원은 9일(현지시간) “묵시록적 공포 속에서 예술의 힘을 다시 확인하게 만드는, 강렬하고 예언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했다고 평가하며 크러스너호르커이를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호명했다.

심사위원단은 “크러스너호르커이는 (프란츠) 카프카에서 토마스 베른하르트에 이르는 중부 유럽 전통의 위대한 서사 작가로 부조리와 기괴한 과잉이 특징”이라며 “그러나 그의 작품에는 그보다 더 많은 요소가 있으며, 더욱 사색적이고 정교하게 조율된 어조를 채택해 동양을 바라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크러스너호르커이는 자신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종말론적 성향에 대해 “아마도 나는 지옥에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독자들을 위한 작가인 것 같다”라고 말한 바 있다.

1985년 ‘사탄탱고’로 데뷔한 크러스너호르커이는 2015년 헝가리 작가 최초로 맨부커상(현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받았고 노벨문학상 후보로도 꾸준히 거론돼왔다. 당시 부커상 심사위원단은 그의 작품에 대해 “믿기 어려울 정도로 길고, 그 길이만큼이나 멀리 나아간다. 그 문체는 장중함에서 광기, 풍자, 쓸쓸함으로 끊임없이 변주되며 제멋대로의 길을 걸어간다”고 평했다.

대표작 ‘사탄 탱고’는 공산주의 붕괴가 임박한 1980년대 헝가리의 농촌 마을에서 인간이 어떻게 타락과 환상의 악순환에 빠지는지를 파헤친다. 1994년 헝가리 영화감독 벨라 타르가 이 작품을 7시간이 넘는 흑백 영화로 재해석하면서 크러스너호르커이의 이름은 국제적으로 알려졌다. 크러스너호르커이는 영화의 공동 각색자로 참여했다. 이밖에 ‘저항의 멜랑콜리’ ‘전쟁과 전쟁’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 ‘세계는 계속된다’ 등의 작품이 있다. 국내에서는 ‘사탄탱고’(알마)를 비롯해 6권의 책이 번역 출간됐다.

크러스너호르커이는 이날 스웨덴 라디오 방송을 통해 “노벨상 수상자로서의 첫 번째 날”이라며 “매우 기쁘고 평온하면서도 긴장된다”고 소감을 밝혔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헝가리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받는 것은 2002년 임레 케르테스 이후 두 번째다. 노벨상 수상자는 상금 1100만 크로나(약 16억5000만원)와 메달, 증서를 받는다. 시상식은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다.

맹경환 선임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