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시록 문학의 거장”… 노벨문학상에 라슬로 크러스너호르커이

입력 2025-10-09 20:05 수정 2025-10-09 21:54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헝가리 소설가 라슬로 크러스너호르커이의 2015년 자료 사진. AP뉴시스

헝가리 현대문학의 거장 라슬로 크러스너호르커이(71)가 2025년 노벨문학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스웨덴 한림원은 9일(현지시간) 라슬로 크러스너호르커이를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헝가리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받는 것은 2002년 임레 케르테스 이후 두번째다.

한림원은 크러스너호르커이에 대해 “종말론적 공포의 한가운데서도 예술의 힘을 다시금 증명해내는 강렬하고도 비전적인 작품 세계”라고 평가했다.

크러스너호르커이는 1954년 출생으로, 부다페스트 대학에서 문학을 공부하고 독일에서 유학했다. 프랑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 여러 나라에서 체류하며 작품을 써왔다.

데뷔작은 공산주의가 붕괴되던 1980년대 헝가리의 집단농장 마을을 배경으로 한 장편소설 ‘사탄탱고’(1985)다. 그외 ‘저항의 멜랑콜리’(1989), ‘전쟁과 전쟁’(1999), ‘서왕모의 강림’(2008) 등이 주요 작품으로 꼽힌다.

크러스너호르커이의 작품에는 종말론적 세계관이 두드러진다. 단락 구분이 거의 없는 데다 긴 호흡의 문장도 작품의 독특한 특징이다. 그는 2015년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작품에 대해 “글자가 모여 단어가 되고, 그 단어들이 모여 짧은 문장이 되고, 그 문장들이 점점 더 길어져 35년 동안 아주 긴 문장을 써왔다”며 “언어 속에서 아름다움을 찾고 지옥 속에서도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미국 평론가 수잔 손탁도 그를 “현존하는 묵시록 문학의 최고 거장”이라고 칭찬했다.

헝가리 영화감독 벨라 타르와의 협업으로도 유명하다. 특히 데뷔작 사탄탱고는 벨라 타르의 손길을 거쳐 러닝타임 438분의 영화로 만들어졌으며, 영화사의 대표적인 걸작으로 남아 있다. 두 사람은 이 밖에도 ‘베크마이스터 하모니즈’(2000), ‘런던에서 온 사나이’(2007) 등의 각본을 공동 작업했다.

국내에 소개된 작품으로는 ‘사탄탱고’ ‘저항의 멜랑콜리’ ‘라스트 울프’ ‘서왕모의 강림’ ‘세계는 계속된다’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 등 6권이 있다. 모두 알마 출판사를 통해 출간됐다.

크러스너호르커이는 2015년 헝가리 작가 최초로 맨부커상(현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하며 노벨문학상 유력 후로 꾸준히 거론돼왔다. 올해 역시 호주 소설가 제럴드 머네인 등과 함께 강력한 수상 후보 중 한 명으로 언급됐다.

노벨상 수상자는 상금 1100만 크로나(약 16억4000만원)와 메달, 증서를 받게 된다. 시상식은 오는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