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한국의 국토가 일본에 강압적으로 병합되어 한국인이 피정복의 인종으로 전락되는 것은 불법적이다. (중략) 그러므로 우리는 강한 이웃 나라인 일본에 의해 축적된 상처와 부정함에 대해 분노를 표현하며, 한국의 현 상황과 한국인의 분노에 대해 짧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준비해 이를 미국의 대통령과 상·하원 외교위원회, 그리고 파리강화회의 미국 대표단에 제출한다.”
미국 뉴욕 거주 한인들의 독립운동단체인 신한회가 3·1운동이 일어나기 4개월 전인 1918년 12월 3일 미 상원 외교위원회에 제출한 한민족 독립청원서 공문 중 일부다.
1905년 일제가 을사늑약을 강제하며 조국이 식민지와 다름없는 상황이 되자 미주 지역 한인들은 권익 보호와 국권 회복을 위한 여러 단체를 조직했다. 미국 내 한인들은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지원하며 독립운동을 전개했다. 특히 3·1운동 정신을 계승한 제1차 한인회의와 1921년 뉴욕 한인연합대회를 계기로 뉴욕한인교회가 설립됐고, 교회는 한인들의 독립운동 거점과 안식처 역할을 했다.
9일 한미디아스포라재단(백혜선 이사장)에 따르면 이 같은 미주 지역 한인들의 독립운동사를 살펴볼 수 있는 독립기념관이 지난달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한인교회(최현덕 목사) 내에 정식 개관했다.
독립기념관은 뉴욕한인교회 설립 100주년을 맞은 2021년 대한민국 국가보훈부의 지원으로 완공됐었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 등으로 개관이 지연되다 올해 유엔총회 기간에 맞춰 공식 개관하게 됐다.
뉴욕한인교회는 1921년 3월 2일, 한인들이 뉴욕 타운홀에서 처음으로 독립운동을 공식화한 역사의 발화점으로, 같은 해 4월 설립됐다. 1927년 컬럼비아대학교 정문 앞 현 위치에 정착한 이래 해외 임시정부와 독립운동을 지원하는 역사적 장소로 기능해왔다. 황기환, 김마리아, 염세우, 안익태, 서재필, 이승만 등 수많은 한국 근대사의 주요 인물들이 이곳을 거쳐 갔다.
이번에 공식 개관한 독립기념관에는 미주 한인들의 민족의식 고취를 위해 1905년 11월 창간된 공립신보 창간호, 독립운동가 안창호와 이승만 등이 주고받은 편지, 당시 한인들이 사용한 태극기 등 뉴욕한인교회를 거점 삼아 활동한 독립지사들의 생생한 활동상이 전시돼 있다. 이외 미국 동부와 서부, 하와이에 각각 있는 독립운동 사적지를 정리해 놓은 전시물 등 각종 사료도 만나볼 수 있다.
독립기념관 개관과 운영을 맡은 백혜선 이사장은 “독립운동가 후손들을 위한 다리 역할을 하고 문화유산이 될 수 있도록 독립기념관을 운영하겠다”고 전했다. 백 이사장은 특히 “다음세대를 위한 공간이자 그들과 소통하는 공간으로 쓰이도록 노력하겠다”며 “젊은이들이 직접 모여 공감대를 형성하고 그들의 열정, 꿈과 희망을 직접 나누는 공간이 되도록, 마치 과거 임시정부 때 독립운동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미래를 계획하며 여러 대화를 나눴던 것처럼 다음세대가 세계 자유와 평화를 위한 대화를 나누는 공간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독립기념관이 개관한 날, 유엔총회에 참석해 기조연설자로 나선 이재명 대통령은 “한반도의 냉전을 끝내고 세계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기 위한 책임과 역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