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개편에서 ‘숏폼’ 기능을 전면 배치한 카카오톡이 혹평에 곤욕을 치렀지만, 기존 소셜미디어(SNS)는 숏폼 영역 비중을 꾸준히 늘려 나가는 추세다. 챗GPT 개발사 오픈AI까지 인공지능(AI) 영상 기반 SNS를 내놓으며 더 많은 이용자를 더 오래 머무르게 하기 위한 경쟁에 불이 붙었다. 10·20세대를 중심으로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숏폼은 이제 ‘반짝 유행’을 지나 향후 20~30년 동안 지속될 ‘메가 트렌드’로 자리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스타그램은 최근 한국과 인도를 대상으로 모바일 앱 첫 화면에 숏폼 동영상 ‘릴스’를 띄우는 개편을 진행했다. 게시물 중심이었던 이용자 인터페이스(UI)를 바꿔 숏폼 콘텐츠를 보다 적극적으로 즐길 수 있게 한 것이다. 인스타그램의 모회사 메타는 이번 변화가 시범적으로 운영되며 이용자가 앱 내 알림을 통해 적용 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원할 경우 언제든지 설정을 바꿔 기존 화면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도 밝혔다.
이처럼 메타가 공을 들이는 릴스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폭발적 인기를 끄는 상황이다. 메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전 세계 인스타그램 이용자들은 앱 이용 시간의 절반을 릴스에 할애했다. 전체 릴스 시청 시간은 10억 시간을 넘어섰다. 릴스 영향력이 증가하면서 전체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30억명을 돌파했다. 국내에서도 이용자 수와 이용률 측면에서 SNS 앱 중 1위를 기록하는 중이다.
숏폼이 대세로 자리잡자 오픈AI도 본격 참전을 선언했다. 오픈AI는 지난달 30일 AI로 생성한 영상을 만들고 공유할 수 있는 SNS ‘소라’를 출시했다. 그동안 생성형 AI 개발에만 집중하던 오픈AI가 SNS 사업을 시작하며 수익구조 다변화를 시도한 것이다. 소라는 최대 10초 길이의 영상 제작이 가능하며 기존 SNS처럼 친구의 게시물에 댓글을 달거나 ‘좋아요’를 누를 수 있다. 업계에서는 숏폼 기능을 앞세운 소라가 치열한 시장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스마트폰을 신체의 일부처럼 여기는 인류 ‘포노사피엔스’가 콘텐츠 시장의 주요 소비자로 등극하면서 이들에게 익숙한 숏폼도 한동 주류 지위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글로벌 시장조사기업 스태티스타는 지난해 전 세계 숏폼 시장 규모가 약 400억달러(약 56조원)에 달하며, 향후 5년 동안 연평균 성장률은 60%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SNS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톡의 경우 ‘메신저’ 정체성이 강해 숏폼 탭이 추가되었을 때 이례적으로 반발이 심했지만, 숏폼 인기가 상승할 때부터 서비스를 이어온 SNS 기업 입장에서는 비중을 늘리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박선영 기자 pom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