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평화 구상 1단계 합의를 발표하면서 노벨평화상 수상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노벨평화상은 10일 발표되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수상 욕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왔다.
하마스에 납치된 인질 및 실종자 가족 모임은 이날 트럼프의 발표 이후 엑스에 올린 성명에서 “가족들은 이 역사적인 돌파구를 마련해준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팀에 깊은 감사를 나타내고 싶다”고 강조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이날 트럼프와 통화하며 “세계적 리더십”에 감사를 나타냈다고 이스라엘 총리실이 전했다. 하마스 역시 이날 합의 사실을 발표하며 트럼프의 중재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고 했다.
트럼프는 이날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역사상 누구도 이렇게 많은 문제를 해결한 적이 없다”며 “하지만 아마도 그들은 내게 그것(노벨평화상)을 주지 않으려는 이유를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트럼프만큼 노벨평화상을 위해 캠페인을 벌인 사람은 없다”며 “노르웨이 노벨위원회가 10일 시상할 때 이 전례 없는 로비 활동이 결실을 맺을지에 대해 전문가들은 회의적”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도 “트럼프의 평화 노력 일부를 비웃어온 이들조차도 그가 가자 전쟁 종식을 시도한 점은 그의 입장을 유리하게 만들 수 있는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한 유럽 외교관을 인용, “그의 선언 중 일부는 진지하게 받아들이기 어려웠지만 이번엔 다르다. 가자 문제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그동안 2기 취임 뒤 자신이 전 세계에서 7개 전쟁을 끝냈다며 노벨평화상 수상 의지를 피력해왔다. 트럼프는 그동안 이스라엘과 이란 전쟁, 인도와 파키스탄 분쟁 등에 개입해왔다. 그는 이달 말 말레이시아에서 열리는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자신이 주재하는 태국·캄보디아 평화협정 서명 행사를 마련하라고 요구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이 ‘피스메이커’라는 점을 부각하기 위한 행사로 해석된다.
트럼프는 지난달 30일 전군 지휘관 회의 연설에선 자신의 노벨평화상 수상 가능성과 관련해 “그들은 아무것도 안 한 사람에게 그것을 줄 것”이라며 “그것은 우리나라에 큰 모욕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달 23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도 전 세계 정상을 앞에 두고 “나는 7개의 전쟁을 끝냈다”며 “모두가 내가 노벨상을 받아야 한다고 이야기한다”고 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