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상승세를 보이는 가운데 외국인 투자 수익률이 개인의 4배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은 삼성전자 등 대형 반도체주를 쓸어담은 반면 개인은 네이버와 이차전지주를 대거 매수했는데, 식지 않는 인공지능(AI) 열풍에 희비가 엇갈렸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2일까지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증시에서 많이 순매수한 상위 10개 종목 모두 지난해 말 대비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외국인이 올해 가장 많이 담은 종목은 삼성전자로 5조6590억원 순매수했다. 주가는 지난해 말 5만3200원에서 이달 8만9000원으로 67.3% 뛰었다.
외국인이 두 번째로 많이 순매수한 종목인 SK하이닉스도 지난해 말 17만3900원에서 이달 39만5500원으로 127% 급등했다. 올해 외국인의 SK하이닉스 순매수액은 3조5390억원이다.
세 번째로 많이 담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241% 올랐다. 지난해 말 32만1506원이던 주가는 이달 109만7000원으로 치솟았다.
외국인이 많이 매수한 한국전력(77%), 현대모비스(26%), 효성중공업(259%), 카카오(56%), 이수페타시스(189%), 삼성전기(58%), 현대로템(355%) 모두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들 10개 종목 평균 수익률은 145.6%로 같은 기간 코스피 수익률(47.9%) 3배를 웃돌았다.
반면 개인 투자자 투자 성적표는 외국인에 비해 저조했다.
개인이 올 들어 국내 증시에서 많이 담은 10개 종목 중 6개 종목이 올랐으며, 4개 종목은 내렸다.
가장 많이 담은 종목은 네이버로 2조690억원 순매수했는데, 올해 들어 주가는 27.2% 올랐다. 반면 두 번째로 많이 담은 종목인 삼성SDI는 올해 들어 14.8% 하락했다.
순매수 3위인 현대차는 3.8% 오르는 데 그쳤으며, 4위인 SK텔레콤은 1.5% 내렸다.
개인 순매수 상위 종목 중 LG전자(-8.5%), CJ제일제당(-8.6%)은 내리고, 알테오젠(52.3%), 한미반도체(21.9%) 등은 오르는 등 종목별 차별화 양상이 나타났다.
개인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평균 수익률은 37.0%로 외국인 4분의 1 수준에 그쳤다.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47.9%)도 밑도는 수치다.
AI 훈풍에 따른 메모리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형 반도체주 주가가 올해 들어 크게 상승하면서, 이들 업종을 중심으로 매집한 외국인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우세한 것으로 분석된다.
증권가에선 4분기 한·미 무역 협상 불확실성 등에 증시 변동성이 예상된다면서도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한 투자 전략은 여전히 유효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4분기 코스피는 10월 중 미국과 무역 협상 우려 고조, 원·달러 환율에 따른 수급 이탈, 기술적 조정 시기 도래에 따라 변동성에 직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AI향 메모리 반도체 공급뿐만 아니라 AI 인프라 투자 사이클에 따른 반도체 현물가 상승 움직임은 국내 반도체 주가 흐름에 우호적”이라며 “반도체를 중요 투자 대안으로 둬야 하며 동시에 같이 보유할 업종은 IT 하드웨어 및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이라고 덧붙였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D램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은 2027년까지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은 장기 실적 개선 추세에 진입한 것으로 판단한다”며 “반도체 비중 확대의 적기”라고 말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