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스라엘·하마스 평화구상 1단계 서명…화평하게 하는 자는 복이 있다!”

입력 2025-10-09 06:43 수정 2025-10-09 09:2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회의 도중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으로부터 귓속말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우리의 평화 구상 1단계에 모두 서명했다”고 밝혔다. 협상 당사자인 이스라엘과 하마스에서도 1단계 협상 타결 사실을 발표했다. 2023년 10월 7일 발발해 만 2년을 넘긴 가자지구 전쟁이 종전 입구까지 다가선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에 이같이 밝히며 “모든 인질들이 곧 석방되는 것을 의미하며 이스라엘은 합의된 선까지 병력을 철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합의된 선은 트럼프가 지난 4일 트루스소셜에 공개한 ‘이스라엘군의 1단계 철수선’을 지칭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는 이어 “이는 강력하고 지속가능하며 영원한 평화로 나가는 첫 걸음”이라며 “모든 당사자가 공정하게 대우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오늘은 아랍 및 이슬람 세계, 이스라엘, 주변국들, 그리고 미국에게 위대한 날”이라며 “역사적이고 전례 없는 사건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 함께해 준 카타르, 이집트, 터키의 중재자들에게 감사를 전한다”고 했다. 특히 신약성경 산상수훈을 인용해 “화평하게 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BLESSED ARE THE PEACEMAKERS!)”라고 대문자로 적기도 했다.

트럼프의 공개 이후 이스라엘과 하마스도 합의 체결 사실을 발표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합의 사실을 전하며 “이스라엘에 위대한 날”이라고 말했다.

하마스도 성명을 통해 “가자 지구 전쟁 종식과 점령군 철수, 구호물자 반입, 포로 교환을 규정하는 합의”가 체결됐다고 발표했다. 하마스는 특히 “우리는 전쟁의 완전한 종식과 가자 지구에서 점령군의 완전 철수를 이루기 위해 노력한 트럼프 대통령의 노력도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중재국인 카타르 외교부도 이번 협정이 “전쟁 종식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환영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합의 분위기는 이날 일찍 감지되기 시작했다. 트럼프는 앞서 백악관에서 열린 반(反)파시즘 운동 안티파(Antifa)와 관련한 원탁회의 중에도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방금 메모를 건네며 중동 협상이 거의 타결 단계에 이르렀고, 내가 곧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실제 루비오 장관은 회의 도중 들어와 트럼프에게 손글씨로 적은 메모를 전달했다.

트럼프는 이어 “아직 정확히 결정된 것 아니지만 내가 이집트에 갈 것이다. 현재 모두가 그곳에 모여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부터 스티브 위트코프 백악관 중동 특사와 트럼프의 사위인 제러드 쿠슈너도 협상에 합류하면서 합의가 급물살을 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트럼프는 지난달 29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함께 가자 평화 구상을 발표하며 하마스에 이를 수용하라고 최후통첩을 보냈다. 72시간 내 모든 인질 석방, 이스라엘의 단계적 철군, 가자지구 전후 통치 구상 등이 담겼다. 하마스가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이스라엘군은 하마스 궤멸에 나서겠다고 경고한 상태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이미 석방될 인질과 수감자 명단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의 이번 합의에 따라 이르면 이번 주말 인질 석방이 개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스라엘은 모든 생존 인질뿐 아니라 사망한 인질의 시신까지 송환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하마스가 사망한 인질의 시신을 제대로 찾지 못해 송환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023년 10월 하마스의 선제 공격으로 시작된 가자지구 전쟁으로 이스라엘 국민 약 1200여명이 사망하고 251명이 납치됐다. 이후 이스라엘이 대대적인 보복에 나서면서 팔레스타인 보건부에 따르면 가자지구에서는 6만5000명 이상의 팔레스타인인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