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예진 “내 연기 무뎌지지 않았길…‘멜로’ 걱정이지만, 행복”

입력 2025-10-09 06:00
영화 '어쩔수가없다' 주연 배우 손예진. 엠에스팀엔터테인먼트 제공

“처음엔 아기를 집에 두고 일하러 가려니 ‘내가 없으면 어떡하지’ 불안한 마음이 들었는데, 촬영하러 딱 나가는 순간 ‘맞아, 이거였지. 내가 이렇게 일해왔지’ 싶으면서 너무 행복하더라고요(웃음).”

결혼과 출산 이후 박찬욱 감독의 영화 ‘어쩔수가없다’로 복귀한 배우 손예진(43)을 최근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의 영화 출연은, 이제는 남편이 된 배우 현빈과 호흡 맞췄던 ‘협상’(2018) 이후 7년 만이다. 이전보다 한결 여유가 생긴 그는 “육아는 2년 동안 할 만큼 했다. 이보다 더 열심히 할 수 없겠다 싶을 정도로 에너지를 쏟았다”며 웃어 보였다.

‘어쩔수가없다’에서 손예진은 실직한 남편 만수(이병헌)에게 위로부터 건네고 위기 상황에 적극 대처하는 아내 미리 역을 맡았다. 가족을 지키겠다는 절박함으로 재취업에 나선 만수는 경쟁자들(이성민 차승원 박희순)을 제거하기로 결심하는데, 그런 만수의 행동을 미심쩍게 지켜보던 미리는 점차 불안감을 느낀다.

영화 '어쩔수가없다'의 한 장면. CJ ENM 제공

손예진은 역할 비중이 크지 않음에도 작품을 택한 이유가 “박 감독님 작품이기 때문”이라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는 “분량을 떠나서,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 미리 캐릭터는 색깔이 뚜렷하지 않았다. 그렇게 잔잔한 역할이 연기하기에 더 어렵다”면서 “그럼에도 감독님과 꼭 작업해 보고 싶다는 마음에 참여했는데, 정말 잘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박 감독과의 작업 경험을 통해 얻은 수확은 작지 않았다. 이전엔 ‘대사를 어떻게 하면 더 맛있게 전달할까’를 생각했다면 이제는 ‘단어의 진짜 의미’를 파고들게 됐다. 손예진은 “무뎌지지 않은 날이 있는 연기를 하고자 했다”며 “앞으로 다른 작품을 할 때도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나로서는 밑거름이 더 쌓인 느낌”이라고 했다.

2022년 현빈과 결혼하고 그해 출산하면서 길어진 공백기 동안 손예진은 배우로서 불안감이 들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클래식’(2003) ‘내 머리속의 지우개’(2004) 등을 통해 ‘멜로의 여왕’ 수식어를 얻었던 그는 “멜로 여배우로서 관객들이 얼마만큼 몰입해서 봐주실지 노파심과 걱정이 드는 것도 사실”이라고 고백했다.

영화 '어쩔수가없다' 주연 배우 손예진. 엠에스팀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는 다만 “나이가 들고 경험이 쌓이면서 내가 할 수 있는 또 다른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엄마 역에도 거리낌 없이 열려 있다. 다른 방향의 시작이라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전이랑 다르게 요즘은 결혼한 배우도 멜로 작품을 많이 하지 않나. 나도 김희애 선배님의 ‘밀회’ 같은 작품을 할 수 있을지 모른다”며 웃음 지었다.

손예진의 배우 커리어는 다시 쌓이기 시작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스캔들’과 ‘버라이어티’를 내년 선보일 예정이다. “저는 원래 연기할 때 고민하며 접근하는 편이라 항상 어렵고 괴로웠어요. 근데 요즘은 ‘되게 재미있네’라는 생각이 들어요. 나의 한계를 인정하고 발전시키자는 생각으로 바뀌었어요. 연기를 받아들이는 데 있어 여유가 생긴 거 같아요.”

엄마가 되고서 생긴 마법 같은 변화다. 그는 “아이가 생기면서 인생의 모든 것이 변한 거 같다. 엄마라는 사실이 내 일상의 첫 번째가 됐다. 다만 연기자라는 일이 있어 행복한 엄마”라며 “결혼 전에 비해 확실히 단단함이 생겼다. 엄마가 되면 단단해지고 성숙해질 수밖에 없는 거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