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피지컬 AI’ 로 산업체질 바꾼다…‘현실 제조혁신’ 첫 실험지로 부상

입력 2025-10-09 10:10 수정 2025-10-09 10:45
피지컬AI 실증단지 조감도. 전북도 제공.

전북특별자치도가 인공지능(AI)의 진화형 기술로 주목받는 ‘피지컬AI’(Physical AI)로 미래 제조업 혁신의 새 판을 짜고 있다.

피지컬AI는 인공지능을 로봇이나 스마트 공간 같은 물리적 하드웨어와 결합해 현실을 인식하고 스스로 판단·행동하는 시스템이다. 글로벌 제조업의 자동화·지능화를 이끌 차세대 핵심 기술로, 산업계에서는 게임체인저로 꼽힌다.

전북도는 영세성과 주력 산업의 성장 둔화라는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고 급변하는 제조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피지컬AI를 선택했다.

9일 전북도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지역내총생산(GRDP)은 61조원으로 전국 12위 수준에 머물렀다. 도내 제조업체 1만3630개 중 96.7%가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이며, 종사자 14만1083명 중 84%가 전주·익산·군산·완주·김제 5개 지역에 집중돼 있다. 전북은 산업 구조가 취약하고 지역 편중이 심화된 셈이다.

여기에 미국의 통상정책 변화와 농기계, 자동차부품, 철강 등 특정 품목 의존도가 높아 수출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산업 체질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피지컬AI는 전북 제조업의 재도약 해법으로 부상하고 있다. 엔비디아 젠슨 황 CEO가 CES 2025에서 “피지컬AI가 미래를 결정한다”고 강조했듯, 물리 세계와 디지털 기술의 융합은 전통 제조업을 혁신하는 새 물결로 평가받는다.

지난 7월 8일 전북도청 브리핑룸에서 '피지컬AI 국가전략사업 예산 확보' 기자회견이 끝난 뒤 김관영 전북지사, 정동영 국회의원, 이성윤 국회의원 등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전북도 제공.

전북은 특히 피지컬AI를 실증하기에 가장 적합한 산업 구조를 갖고 있다. 다품종·소량생산, 복합공정, 유연생산 중심의 제조업 형태가 피지컬AI 기술이 추구하는 방향과 맞물린다.

1차 산업 비중이 전국 대비 10.7%로 높은 점도 강점이다. 농업과 제조업을 결합한 ‘농기계-푸드테크 융복합 모델’은 전북형 피지컬AI 생태계의 중심축으로 꼽힌다.

전북의 피지컬AI는 전국 상용차 97%를 생산하는 산업 기반 위에서 농기계 제조부터 스마트팜 운영까지 아우르는 통합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한다.

농기계 분야에서는 지능형 기계의 자율 이동, 재배 관리, 수확, 관리 등 전 과정에서 AI를 적용한다. 농식품 제조에서는 푸드테크를 결합해 ‘밭에서 식탁까지’ 이어지는 완전한 AI 전주기 체계를 조성할 계획이다.

군산항·새만금항을 거점으로 한 AI 기반 물류 혁신도 추진된다. 항만 크레인과 운송 차량에 AI를 결합해 하역·운송을 자동화하고, 디지털트윈 기술로 기상·물동량 예측·관리하는 스마트항만 조성도 병행한다.

이를 통해 글로벌 공급망 경쟁력을 강화하고 전북을 피지컬AI 기반 물류 솔루션의 실증 허브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전북도 관계자는 “전북의 독특한 산업 구조와 완결형 제조 생태계, 풍부한 실증 인프라는 피지컬AI 도입의 최적 조건”이라며 “향후 피지컬AI는 제조업 고도화와 디지털 전환, AI 산업 경쟁력 강화 수단일 뿐만 아니라 인구 감소와 고령화 등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현실적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주=최창환 기자 gwi122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