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동물학자이자 환경운동가 제인 구달 박사가 별세 전 인터뷰에서 인류의 탐욕과 권력욕을 꼬집는 발언을 남겼다.
영국 가디언은 6일(현지시간) 지난 1일 세상을 떠난 구달이 지난 3월 촬영한 인터뷰 내용을 소개했다. 구달이 자신의 삶과 일, 생각에 대해 말한 약 55분 분량의 인터뷰 영상은 구달 사후 넷플릭스에 공개됐다.
구달은 인터뷰에서 “내가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을 머스크의 우주선에 태워 그가 발견할 행성으로 보내고 싶다”며 “머스크와 함께 트럼프와 트럼프 지지자들도 함께 태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함께 태우고 싶은 인물’로 언급했다.
구달은 갈등과 충돌이 계속되는 글로벌 정세를 수컷 침팬지의 행동에 빗대 설명했다. 그는 “침팬지 수컷 우두머리는 지배력 강화를 위해 공격적으로 행동하는 쪽과 ‘머리를 끄는’ 부류로 나뉜다”며 “공격적으로 행동하는 수컷 우두머리는 강하고 싸움을 하기 때문에 오래가지 못하고, 두뇌를 쓰는 쪽은 훨씬 오래 간다”고 했다.
이어 “수컷 침팬지가 낯선 사람을 만나면 흥분해 털을 곤두세우며 분노와 두려움을 느낀 표정을 짓는데, 그 감정을 다른 수컷도 느끼고 공격적으로 변한다”며 “(공격성은) 전염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침팬지들의 집단행동 중 일부는 공격적으로 변하고 모든 것을 휩쓸고 지나간다”며 “모두 공격적으로 변하고 싶어 하고 여기에 참여하고 싶어 한다”고 덧붙였다. 구달은 2022년 미국 MSNBC 인터뷰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을 “다른 침팬지와 우위를 다투는 수컷 침팬지 같은 행동을 보인다”고 비판한 바 있다.
정치적 억압과 기후 위기 맞서 싸우는 이들에게 구달은 인터뷰 말미에 “오늘날 지구가 어두워도 희망은 있다”고 격려하며 “희망을 잃지 말라. 희망을 잃으면 무관심해지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당부를 남겼다.
이찬희 기자 becom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