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입통제’ 中대학에 암표 극성…칭화대 학생·교직원 중징계

입력 2025-10-08 16:00
중국 베이징 칭화대학교. 바이두

외부인의 출입을 엄격하게 통제하는 중국 대학에서 교직원이나 학생들의 방문권 암표 팔이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명문대 입학을 희망하는 학생이나 그 학부모, 대학 명소를 방문하고 싶은 관광객들은 많지만 방문 예약이 가능한 외부인은 극소수이기 때문이다.

중국 베이징의 명문대학인 칭화대 보안처는 지난달 29일 소셜미디어 위챗을 통해 공지문을 내고 “캠퍼스 질서를 심각하게 어지럽히고 캠퍼스 안전에 영향을 미친다”며 불법 암표 팔이를 엄격히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교직원과 학생은 적절한 사유를 제시하고 학교의 승인을 얻거나 등록 차량에 동승하는 방식으로 외부인을 캠퍼스에 입장시킬 수 있는데, 돈을 받고 이를 악용한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칭화대는 암표 팔이의 실제 사례도 제시했다. 교직원 A씨는 외부 폭력조직과 결탁해 거액을 받고 외부인들을 무더기로 입장시켜줬다. 공안기관은 A씨에 대해 10일간 행정구류 처분을 내렸고 대학은 해임 조치했다.

교직원 B씨는 아예 인터넷에 광고를 내고 캠퍼스 유료 관광객을 모집했다. B씨의 가족이 대학 등록 차량을 이용해 관광객을 캠퍼스에 입장시켜줬다. 공안기관은 B씨와 그 가족에 대해 행정구류 7일 처분을 내렸고 대학은 차량 출입증을 회수하고 가족의 학교 출입 권한을 취소한 뒤 징계 절차를 밟고 있다.
중국 베이징 칭화대 캠퍼스. 칭화대 홈페이지

칭화대 학생 C씨는 익명성이 있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불법 중개인과 결탁해 돈을 받고 외부인 20여명의 캠퍼스 입장을 예약해줬다. 학생 1인당 출입 예약이 가능한 외부인의 숫자가 제한돼 있기 때문에 소셜미디어를 통해 다른 학생들까지 끌어들였다. C씨는 공안기관에서 행정 처벌을 받았고 대학에서도 불법소득 환수와 징계 처분을 받았다.

학생 D씨는 친구와 동창 등의 부탁을 받고 본인과 관련이 없는 10여명의 외부인을 캠퍼스에 입장시켜주고 돈을 받았다. 대학은 장학금과 무시험 대학원 진학 자격을 취소하고 경고 처분을 내렸다.

펑파이신문은 칭화대 외에 베이징대, 후베이성 우한대, 푸젠성 샤먼대 등에도 암표 팔이가 존재한다고 전했다. 베이징대에선 2023년 외부기관이 ‘베이징대 가을·여름방학 맞춤수업’을 개설해 1인당 1만800위안(약 213만원)을 받고 139명을 모집한 사실이 적발됐다. 베이징대 동문들이 이들이 모집한 학생들의 출입예약을 도운 사실이 드러나 대학 측은 연루된 동문 46명의 출입예약 권한을 박탈했다.

벚꽃 명소로 유명한 우한대에선 매년 봄 1인당 최고 100위안(1만9700원) 이상의 돈을 받고 캠퍼스에 입장시켜주는 암표상이 극성을 부린다. 자신의 교직원용 앱에 외부인의 사진을 업로드해 보안 심사를 통과하도록 도운 교직원도 있었다. 샤먼대에선 지난해 내부인과 결탁해 암표를 팔아온 외부 여행사가 적발됐다. 이들 여행사는 소셜미디어에서 1인당 50~100위안을 받고 관광객을 모집한 뒤 픽업 서비스까지 제공했다.

펑파이신문은 영국 옥스퍼드대와 케이브리지대 등을 사례로 들어 핵심 교육 구역은 엄격히 통제하더라도 정원과 도로, 명소 등은 개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이어 대학이 도서관과 체육시설의 외부인 이용을 막는 것은 “대학의 사회적 책임에 어긋나며 사회적 자원을 낭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매체는 신화통신이 발행하는 주간지 ‘랴오왕’의 지난 4월 보도를 인용해 “공립대학은 재정지원에 의존하고 있다. 일반인들의 합리적인 대학 출입 요구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면서 “대학이 사회에도 개방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세계에 개방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또 “대학은 도시의 일부”라면서 “대학 정문에 보안과 승인만 있을 때, 담장은 관광객을 막을 뿐만 아니라 대학과 도시의 연결도 점차 멀어지게 한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대학들은 201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외부인의 출입이 자유로웠다. 상당수 대학이 외부인의 청강도 허용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등을 거치면서 통제를 강화한 뒤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외부인의 방문을 허용하는 대학도 주말이나 방학, 공휴일에만 외부인의 방문을 허용하거나 일일 방문 숫자와 사유 등을 제한하고 있다.

관영 광명망은 지난 3일 중고상품 플랫폼에서 칭화대, 베이징대 등 유명 대학 방문용 암표가 여전히 판매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칭화 예약’을 검색하면 공식 웹사이트 예약을 권장하는 문구로 연결되지만, ‘칭화대 상담’ ‘베이징대 상담’ 등으로 검색하면 판매사이트로 연결된다”고 전했다.

베이징=송세영 특파원 sysoh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