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계란 80% 밀집사육으로 생산…표기도 부족

입력 2025-10-07 11:23 수정 2025-10-07 15:13

국내에서 생산된 계란의 10개 중 8개가 밀집 사육 환경에서 나온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임호선 의원이 7일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7월까지 국내에서 생산된 계란 106억8499만개 중 87억5337만개(81.9%)가 ‘난각번호 4번’을 부여받았다. 난각번호 4번은 가장 좁은 사육환경(마리당 0.05㎡)에서 사육된 닭에서 나온 계란을 의미한다.

앞서 정부는 산란계 사육 면적 확대 시행 시점을 9월로 예정했지만 생산자단체의 요구를 받아들여 2027년 9월로 2년 유예한 바 있다. 2016∼2017년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유행과 2017년 ‘살충제 계란’ 사태 이후 열악한 사육환경을 개선하라는 요구가 커지자 정부는 2018년 축산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새 농가는 2018년 9월 1일부터 규격에 맞게 시설을 갖추고 기존 농가는 준비 기간을 고려해 2025년 9월 1일부터 사육 면적을 마리당 0.05㎡에서 0.075㎡로 50% 확대해야 했다.

이에 대한산란계협회 등 생산자단체는 법 개정 이전에 시설을 갖춘 농가는 시설을 수명이 다할 때까지 쓸 수 있도록 새 기준 적용 대상에서 제외해 달라고 요구해왔다. 이들은 새 사육 면적 기준을 적용하면 지금의 사육지에서 기를 수 있는 닭의 수가 감소하고 계란 부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반발했다. 현재 전체 산란계 농가 1천여 곳 중 절반 가까운 480곳이 기존 시설을 유지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이에 따라 산란계 사육 기준 확대 전면 시행 시점을 2027년 9월로 2년간 유예해 과태료 등의 행정 처분을 하지 않기로 했다. 이 밖에 계사 건폐율을 20%에서 60%로 높이고 케이지 단수를 9단에서 12단으로 확대하는 등 산란계 농장 관련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현재 난각번호는 계란 껍질에만 표기돼 소비자가 포장 단계에서 사육환경을 알기 어렵다. 임 의원은 “소비자의 정보접근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찬희 기자 becom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