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을 향한 주님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사모하며 기도합니다. 많은 젊은 세대가 시위 도중 다치고 목숨을 잃었습니다. 기본적인 생존권을 요구하다 희생된 청년들과 그 가족들을 생각할 때 마음이 너무나 아픕니다. 이번 일을 통해 이 정부가 새롭게 변화할 수 있도록, 한국교회가 마다가스카르를 위해 함께 기도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아프리카 동쪽 섬나라 마다가스카르의 김옥선 선교사는 6일 현지 상황을 전하며 “사탕 몇 개와 물 한 병에 의지해 하루 종일 거리를 걸으며 시위하는 젊은 세대에게 주님께서 힘과 용기를 더해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마다가스카르에서는 지난달 25일부터 수도 안타나나리보를 비롯한 여러 도시에서 Z세대(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 출생) 수천 명이 거리로 나와 잦은 단수와 정전 사태에 항의하며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안드리 라조엘리나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라조엘리나 대통령은 국영방송 ‘텔레비지오나 마다가스카르’에서 진행한 연설에서 “현 정부의 국무총리와 국무위원들의 임무를 종결하기로 결정했다”며 “정부 구성원들이 맡은 바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면 이를 인정하고 사과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지난달 26일 직무 소홀을 이유로 에너지부 장관을 해임하고, 29일에는 내각 해산을 선언하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그러나 시위를 주도하는 ‘Z세대 운동’은 민심을 달래지 못했고 같은 날 안타나나리보 도심에서 다시 시위를 이어갔다.
김 선교사는 “시위는 처음엔 평화를 위한 시위로 시작됐지만, 강제 해산 과정에서 군인과 경찰이 사용한 최루탄과 강압으로 많은 이들이 다치거나 숨지고 연행됐다”며 “이후 폭도들에 의해 대형 마트와 상점들이 약탈당하고, 건물과 도로에는 불이 붙어 차량 통행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학교는 통금령으로 휴교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유엔은 지난달 25∼26일 경찰의 강경 진압으로 최소 22명이 숨지고 100명 이상이 다쳤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마다가스카르 정부는 이 집계가 검증되지 않은 소문에 근거한 것이라며 부인했다.
마다가스카르는 인구의 약 75%가 빈곤선 이하로 생활할 정도로 세계 최빈국 중 하나다. 세계은행(World Bank)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체 인구의 81%가 하루 2.15달러 미만으로 생활하고 있으며, 유엔개발계획(UNDP)은 2022년 인간개발지수(HDI)에서 191개국 중 173위에 머물렀다고 발표했다. 또한 유니세프(UNICEF)는 5세 미만 아동의 40% 이상이 만성 영양실조로 발육 부진을 겪고 있다고 지적한다.
김 선교사는 “현지의 기본적인 삶조차 너무 어렵다. 전기와 수도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매일 수시간씩 정전과 단수가 이어진 지 이미 몇 년째다. 아침에 가장 값싼 바게트빵이나 무푸가시조차 먹지 못하는 가정이 허다하다”고 전했다.
마다가스카르는 전체 인구의 36%만이 일상적으로 전기를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전력난이 심각하다. 국영 전기·수도 회사 ‘지라마’는 거의 매일 정전 일정을 페이스북에 공지하고 있으며, 최근 들어 정전 시간이 길어지면서 도심 곳곳에서는 시민들의 항의와 분노가 터져 나왔다.
김 선교사는 “마다가스카르의 젊은 세대들이 이번 시위를 통해 조금이라도 더 사람답게 살게 되고, 고단한 삶이 위로받기를 바란다”며 “하나님께서 이 백성의 고통을 들으시고 이 땅에 공의와 긍휼을 나타내시길, 또한 이번 일을 계기로 정부가 새롭게 변할 수 있도록 한국교회가 함께 기도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