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기관인 국토지리정보원이 자체 서비스에 인공지능(AI) 기술 도입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낮은 인지도 및 추후 기술 도입에 들어갈 예산 규모 등을 감안할 때 예산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관계기관에 따르면 국토지리정보원은 지난 8월 ‘국토위성영상 활용성 강화를 위한 대규모 언어 모델(LLM) 기술 도입 방안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해당 연구에는 6600만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국토지리정보원은 국토위성으로 한반도를 촬영하며 축적한 위성영상을 2019년부터 지방자치단체, 민간 등에 개방하고 있다. 지난 2월 기준 월 이용자 수(MAU) 2650만1574명인 ‘네이버지도’ 역시 국토지리정보원의 위성영상을 활용하고 있다.
국토지리정보원은 개인이 위성영상을 이용하려면 위치 정보 입력 등 다소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LLM 기술을 통해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해당 연구를 진행한다고 설명한다. 국토지리정보원 관계자는 “사람들이 필요한 위성영상을 좀 더 쉽게 찾아 썼으면 좋겠다는 취지”고 말했다.
문제는 연구에 이어 추가 예산을 들여 LLM 기술을 도입한다고 해도 그만큼 성과가 따라줄지 의문이라는 점이다. 이미 네이버지도 등 민간 지도 플랫폼 활용률이 높은 상황에서 국토지리정보원 서비스가 얼마나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느냐는 지적이다. 실제 국토지리정보원 서비스 이용률은 상대적으로 저조하다. 올해 1월 1일부터 최근까지 국토위성영상 유통 건수는 10만건도 되지 않는다. 인지도가 낮은 상태에서 예산을 들여 서비스를 구축해도 결국 ‘쓰는 사람만 쓰는’ 수준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 LLM 기술을 구축하는 데에는 최소 수십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부 서비스에 LLM을 일부 도입할 계획인 서울시의 경우 1차 추가경정예산(추경)만으로 17억원을 편성했다. 국토지리정보원 곳간도 넉넉지 않다. 올해 이곳 예산은 1333억원으로 1년 전보다 176억원(11.6%) 줄었다.
정부 기관이 업무 효율화나 편의성 등을 위해 AI 기술 도입을 검토할 수는 있지만, 새로운 기술 열풍에 편승해 실효성을 따져보지 않고 너도나도 신기술을 도입하는 것은 예산 낭비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23년 서울시가 60억원을 들여 개발한 메타버스 플랫폼이 2년도 안 돼 중단된 것과 비슷한 상황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세종=김윤 기자 k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