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 되면 사람들은 집으로 향하지만, 거리에서 지내는 이들에게 추석은 여전히 버텨야 하는 시간입니다. 귀향 행렬이 이어지는 도심의 반대편에서 누군가는 오늘도 쓸쓸한 한 끼로 명절을 맞습니다. 인천의 한 교회가 이들을 위해 따뜻한 밥상을 차리고 음악으로 위로를 건넸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외로움 대신 온기가 머문 자리였습니다.
추석을 앞둔 인천 계양구 해인교회 마당이 따뜻한 밥 냄새와 음악 소리로 가득 찼습니다. 사단법인 인천내일을여는집(이사장 이준모)이 마련한 ‘추석맞이 거리 노숙인 초청행사’ 현장입니다.
인천내일을여는집은 “추석 연휴 동안 거리에서 지내는 노숙인들이 잠시라도 따뜻한 밥 한 끼와 사람의 온기를 느낄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행사를 준비했다”고 6일 밝혔습니다.
이 단체는 지난해까지 인천 1호선 부평역 북광장에서 행사를 이어왔으나, 올해는 광장 공사로 장소 사용이 불허되자 해인교회가 마당을 내줬습니다. 교회 앞마당에는 파란 천막이 세워지고, 장작불 위로 고기 굽는 냄새가 피어올랐습니다.
차례로 줄을 선 이들은 바비큐와 소불고기, 잡채, 모둠전 등 명절 음식을 받아들고 감사 인사를 건넸습니다. 한쪽에서는 첼리스트 백승화 미라보 대표와 색소포니스트 김삼식씨(스마일문화봉사단)가 재능기부로 연주를 펼쳤습니다. 선율이 퍼지자 고개를 떨구던 이들의 얼굴에도 미소가 번졌습니다.
행사에는 지역 의원을 비롯해 유한대 사회복지학과 학생, 지역 여성 위원회원들, 사회복지사, 자원봉사자들도 함께했습니다. 음식을 나르고 설거지를 돕는 손길이 분주했지만, 마당 가득 웃음소리가 흘렀습니다.
추석맞이 행사는 지난달 30일부터 시작해 추석 당일인 6일과 오는 8일까지 인천 전역에서 이어집니다. 인천내일을여는집은 부평역, 인천터미널, 주안역, 인천공항 등지에서 생활하는 거리 노숙인을 초청해 식사와 선물을 나누고, 의류 지원과 상담 연계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추석 당일에는 쉼터 생활인, 거리 노숙인, 고시원 거주자, 공항 체류자 등 165명에게 의류를 지원했습니다. 자활시설 입소자들은 명절 음식 만들기, 전통놀이, 영화 관람 등 공동체 프로그램을 함께하며 명절을 보냈습니다.
이준모 이사장은 “이번 추석맞이 나눔을 통해 시설입소를 연계하고, 사회안전망 점검을 통해 동절기 대비를 하려고 한다”며 “앞으로도 아웃리치 활동을 이어가며 인천 지역 거리 노숙인들의 인권 회복과 자립을 지원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그들에게는 오랜만에 찾아온 ‘명절다운 명절’이었습니다. 차가운 거리에서 맞는 추석 대신 따뜻한 손길이 건넨 작은 온기가 그들의 하루를 밝혔습니다.
인천=김동규 기자 k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