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이사장 신국원)가 주최한 ‘제2회 기독 중고등학생 독서대회’가 지난 8월부터 9월까지 두 달간 진행됐다. ‘기독교 세계관으로 고전 읽기’를 주제로 열린 이번 대회에는 전국의 기독 청소년 180명이 참여했다. 단순한 글쓰기 경연을 넘어 청소년들이 고전을 통해 신앙과 삶을 다시 묻는 성찰의 장이 마련됐다.
지난해 설립 40주년을 맞은 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는 다음 세대를 기르고 격려하는 일이 가장 의미 있는 사역이라는 판단 아래 지난해부터 독서대회를 시작했다.
심사위원장 유재봉 성균관대 교수는 “올해 수상작들에는 공통적으로 치열한 사유와 자기 성찰이 담겼다”며 “고전을 신앙의 언어로 다시 읽고, 그 통찰을 자신의 삶으로 끌어내리려는 시도가 문장마다 배어 있었다”고 평가했다.
대상에는 동탄기독학교 3학년 신은수 학생이 선정됐다. 신 학생은 J.R.R. 톨킨의 ‘호빗’을 통해 물질과 신앙의 관계를 읽어냈다. 보물을 독점하려는 난쟁이 소린과 전쟁 피해를 나누는 인간 바르드를 대비하며 “재물은 나눌 때 비로소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신 양은 “글을 쓰는 내내 ‘공급하시는 분은 주님’이라는 문장이 마음을 떠나지 않았다”며 “간달프가 빌보에게 ‘예전의 그 호빗이 아니라네’라고 말한 것처럼 나도 달라져야 한다는 과제를 받았다”고 썼다.
최우수상(고등부)을 받은 오디세이학교 1학년 이온유 학생은 C.S. 루이스의 ‘스크루테이프의 편지’를 통해 악마의 전략을 분석하며 신앙의 본질을 짚었다. 그는 “악마의 사랑은 말뿐이고 인간을 먹이로 여기지만 그리스도의 사랑은 자신을 내어주는 사랑”이라며 “그 사랑을 기억할 때 교묘한 유혹을 분별할 수 있다”고 적었다. 친구들 앞에서 ‘경박한 웃음’을 흉내 내는 대신 “하나님이 주시는 진짜 기쁨의 웃음”을 선택하겠다는 결심도 덧붙였다.
중등부 최우수상을 거머쥔 우전중 3학년 신예강 학생은 존 버니언의 ‘천로역정’ 속 ‘허영의 시장’을 오늘날 청소년 문화와 겹쳐 읽었다. 신 학생은 “경쟁과 외모 지상주의, 자극적 유혹이 팽배한 현실과 세상 친구들을 따라가고 싶은 충동 속에서도 푯대이신 하나님을 바라봐야 한다”고 썼다. 특히 믿음과 소망이 동행하는 여정을 교회 공동체의 중요성과 연결하며 “서로를 세워주는 공동체가 있어야 신앙이 깊이 뿌리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 교수는 “학생들이 기독교 세계관의 관점에서 고전을 깊이 이해했을 뿐 아니라 그것을 자신의 언어로 표현하고 삶을 성찰한 점이 놀라웠다”며 “각자의 개성이 뚜렷한 글을 평가하는 일은 쉽지 않았지만 실로 ‘기분 좋은 고통’이었다”고 심사 소회를 밝혔다. 이어 “시험이나 오락의 유혹에서 벗어나 명저를 읽으며 영혼을 풍요롭게 하는 청소년들의 모습을 상상하니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고 말했다.
올해 지정 도서는 천로역정, 호빗, 스크루테이프의 편지뿐 아니라 C.S. 루이스의 ‘사자와 마녀와 옷장’ 등 4권이었다. 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실행위원장 김지원 백석대 교수는 “용기와 우정, 자기 성찰 등 청소년기에 꼭 필요한 덕목을 일깨우는 책들”이라며 “고전 읽기를 통해 인문학적 사고를 기르고, 신앙의 여정과 삶의 본질을 깊이 묵상하길 바랐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특히 “가을의 문턱, 부모와 자녀가 함께 이 책들을 펼쳐 볼 만하다”며 “밑줄을 긋고 한 문장씩 나누는 시간 속에서 다음 세대를 향한 신앙의 대화가 시작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번 대회의 시상식은 오는 18일 서울 명지대 MCC관 코이노니아홀에서 열린다. 이날 시상식 후에는 기독교학문연구회 학술대회가 ‘글로벌 자국 우선주의와 세계복음화의 책임’ 주제로 열린다. 1984년 결성된 기독교학문연구회는 기독교세계관에 기반한 학문 연구의 지평을 넓히고 통합적 발전을 도모하고자 2009년 기독교대학설립동역회와 통합해 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로 재탄생하며 동역회 산하 학술조직이 됐다.
손동준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