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네이버 이끈 ‘4050 워킹맘’… 혁신 노렸지만 엇갈린 희비

입력 2025-10-05 16:00 수정 2025-10-05 16:00
정신아 카카오 대표가 23일 경기 용인시 카카오AI캠퍼스에서 열린 '이프(if) 카카오' 콘퍼런스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카카오 제공.

국내 양대 빅테크인 네이버와 카카오 수장의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1981년생 최수연 대표와 1975년생 정신아 대표 양쪽 모두 취임 당시 ‘40대 워킹맘’이라는 파격적 인사를 통해 전권을 쥐었다는 점에서 업계 기대가 컸지만, 각자가 추진한 핵심 프로젝트의 시장 반응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4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지난달 23일 발표한 카카오톡 개편안을 어떻게 수정해 업데이트할지 고심 중이다. 앞서 카카오는 카카오톡 출시 15주년을 맞아 친구 탭을 인스타그램처럼 바꾸고 숏폼 기능을 추가하는 등 내용의 대대적인 개편안을 내놨다.

카카오의 이번 업데이트에는 카카오톡을 단순한 메신저가 아닌, 소셜미디어(SNS) 기능까지 포함한 ‘슈퍼 앱’으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담겼지만 시장 반응은 차가웠다. “관심도 없는 지인들 사진이 쏟아진다” “인스타그램 모조품 느낌이다” 등 혹평이 쏟아졌고, 앱 마켓에도 1점짜리 평점이 난무하며 결국 카카오는 친구 탭을 기존대로 되돌리는 방향의 수정 계획을 내놨다.

이번 개편안 설계는 토스에서 카카오로 합류한 홍민택 최고제품책임자(CPO)가 총괄했지만, 결국 최종 결정권자가 정 대표라는 점에서 CEO를 향한 실망의 목소리도 적지 않게 나온다. 정 대표도 시장의 반발을 예상한 듯, 지난 23일 업데이트 발표 직후 기자실을 찾아 “업데이트 후 일부 이용자의 불편이 있을 수 있겠지만 이용자에게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개편”이라고 사전 설명하기도 했다.

정 대표 입장에서는 사면초가다. 카카오톡을 개편안 발표 이전 버전으로 너무 많이 되돌리자니, 반발을 무릅쓰고 개편을 추진한 명분이 없다. 개편안이 발표되기 전,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카카오톡이 인스타그램처럼 바뀐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이용자들 사이에서 부정 반응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여론 상황을 알고도 업데이트를 강행한 뒤 다시 여론 때문에 ‘롤백’을 하기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결국 정 대표는 반년도 안 되는 시간 안에 ‘한 방’을 보여줘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3월 취임한 정 대표의 임기는 이제 절반이 훌쩍 지났고, 5개월여를 남겨두고 있다. 15년 만의 카카오톡 대개편을 통해 시장 반향을 꾀하려 했지만 혁신을 향한 노력이 되레 발목을 잡게 된 셈이다. 이대로라면 창사 이래 가장 큰 이용자 반발이라는 시장의 평가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가 지난 2023년 8월 24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팀 네이버 콘퍼런스 단 2023’ 행사에 참석해 초대규모 인공지능(AI) ‘하이퍼클로바X’를 소개하고 있다. 최 대표는 “네이버는 생성형 AI라는 새로운 변화를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네이버 제공

반면 카카오 경쟁사인 네이버를 이끄는 최 대표는 자신이 리드한 핵심 프로젝트인 ‘네이버 쇼핑’의 별도 앱 출시가 대박을 치며 조용히 미소짓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해 말 ‘단 24 컨퍼런스’에서 네이버 쇼핑을 별도 앱으로 분리하겠다고 예고했다. 이후 지난 3월 별도 쇼핑 앱 ‘네이버플러스 스토어’를 출시하며 레드오션으로 평가받던 이커머스 시장을 공격적으로 공략해왔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네이버플러스 스토어는 앱 출시 3개월 만에 월간활성이용자수(MAU) 500만명을 확보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업계에서는 최 대표의 과감한 추진력이 이번 프로젝트를 성공으로 이끌었다는 시각이 있다. 앞서 시장에서는 최 대표의 네이버 쇼핑 분리를 기대 반 걱정 반의 시선으로 바라봤다. 별도 앱을 개발하면 쇼핑에 특화된 기능을 삽입하는 등 사업 영역을 크게 강화할 수 있다. 하지만 앱의 개수가 늘어날수록 소비자 입장에서 느끼는 부담감도 커진다. 이미 네이버가 운영 중인 앱(계열사 포함)만 카페·페이·지도·캘린더·클로바노트 등을 포함해 20개가 넘는다. 상황에 따라서는 별도 앱을 출시했다가 되레 메인 앱에서의 연결성·접근성이라는 이점을 잃고 이도저도 아니게 되는 경우도 있다.

초기 순항이라는 목표는 이뤘지만, 최 대표는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에 대한 공격적 투자와 마케팅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오픈 피크’로 MAU가 500만명까지 치솟았었지만 지난달 기준으로는 387만명까지 내려왔다. 또 온라인쇼핑 특성상 지속적인 차별화를 이루지 못하면 소비자를 붙잡기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신선식품 배송업체인 컬리와 협업하는 등 투자를 지속해 쿠팡과의 ‘양강 체제’를 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3월 연임에 성공한 최 대표는 오는 2028년 3월까지 네이버를 이끌게 된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