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원 출신 ‘버스킹 스타’가 거리에서 전하는 OO

입력 2025-10-05 08:00
지난 3일 서울 중구 덕수궁 돌담길에서 김성은(27)씨가 바이올린으로 버스킹 공연을 펼치고 있다.

지난 3일 저녁 연휴로 북적이는 서울 중구 덕수궁 돌담길. 불빛이 켜진 길가에 울려 퍼진 바이올린 소리에 시민과 관광객이 발걸음을 멈췄다. ‘어메이징 그레이스’ ‘십자가의 전달자’ ‘온 맘 다해’가 이어지자 맞은편 돌의자가 관객으로 가득 찼다. 연주자는 거리에서 복음을 전하는 청년 김성은(27)씨였다.

연주 도중 그는 청중을 향해 말했다. “제가 4년 전에 만난 예수 그리스도는 저의 자랑이십니다. 그분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 하나님께서 여러분들을 사랑하십니다.”

김씨의 인생길은 순탄치 않았다. 지적장애가 있던 어머니와 바쁜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세 살 무렵부터 보육원에서 자랐다. 보육원 오케스트라에서 초등학교 1학년 때 바이올린을 배우며 음악적 재능을 키웠다. 중학생 때 옮겨진 부산 가덕도의 기독교 재단 보육원에서는 예배를 드리고 세례도 받으며 신앙이 생겼다. 그러나 고교 시절, 생계를 책임지던 아버지가 뇌출혈로 세상을 떠나며 또 한 번 큰 시련을 겪었다.

이후 대학에서 음악을 전공하며 아르바이트로 생활을 버티던 그는 “죽을 때까지 돈을 좇아 산다면 얼마나 허무할까”라는 질문 끝에 버스킹을 선택했다. 부산 서면에서 시작한 그의 첫 버스킹 수입은 1만6000원에 불과했지만 거리에서 만난 격려와 환대는 큰 기쁨이었다. 이후 그는 하루 500만원을 벌고 부산국제영화제 개막 무대에도 서며 ‘버스킹 스타’로 주목받았다.
지난 6월 서울 종로구 청계천에서 김성은(27)씨가 바이올린으로 버스킹 공연을 펼치고 있다. 김씨 제공

그러나 유명세가 따라오면서 달라진 것은 그의 내면이었다. 김씨는 “어느 순간부터 하나님을 잊고 교만해졌다”며 “술, 담배는 물론 대마초까지 손을 대며 세상의 모든 쾌락에 빠졌고 더 큰 공허감에 시달렸다”고 회상했다.

전환점은 회개 체험이었다. 김씨는 “어느 날 갑자기 잠결에 지은 죄가 사진처럼 떠올랐고 ‘지옥 간다’는 두려움에 휩싸였다”며 “처절히 회개하던 중 ‘내가 너를 택했고 좋은 목소리를 줬다. 너를 너무 사랑한다’는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다”고 고백했다. 이어 “하나님을 만났을 때 성령님이 주신 기쁨은 지구를 채워도 부족한 기쁨이었다”고 덧붙였다.

성령 체험은 그의 삶을 바꾸었다. 입에 붙어 있던 욕과 담배를 끊고 성경 말씀을 붙들며 “이제는 나 자신을 희생하면서 남을 사랑해야겠다”고 결단했다.
지난 9월 서울 동작구 보라매공원에서 김성은(27)씨가 바이올린으로 버스킹 공연을 펼치고 있다. 김씨 제공

그 결단은 그의 예술 행보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버스킹은 더 이상 돈벌이가 아니었다. “바이올린으로 세계를 제패하겠다”던 꿈도 복음 전도라는 사명으로 바뀌었다. 그는 지금도 덕수궁 돌담길과 청계천, 부천 등 전국의 거리에서 매일같이 복음을 전한다. 때로는 비난과 방해도 있지만 그는 “십자가와 부활의 능력이 가장 큰 능력”이라며 담대히 나아간다.

김씨가 거리에서 복음을 전하는 이유로 “내가 선해서가 아니라 사람들에게 천국과 지옥이 실재하며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해 십자가에 달려 죽으셨음을 알리고 싶어서”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노방전도가 쉽지 않은 시대지만 청년들이 하나님의 마음을 알고 기쁨으로 복음을 전하는 일에 동참하길 바란다”며 “영원한 하나님 나라와 상급을 향해 달려가자”는 메시지를 전했다.

글·사진=김수연 기자 pro11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