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찬양팀보다 더 좋았던 건…” 다음세대 1만명이 틔운 부흥의 불씨

입력 2025-10-04 18:01 수정 2025-10-05 01:12
3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한국교회 선교 운동을 위해 연합한 G2A 집회의 모습. G2A 제공

“여기 큰 초와 작은 초가 있습니다. 이 초들은 저와 제 아들을 상징합니다. 제 키가 크기 때문에 작은 초가 아들이라고 생각하시기 쉽지만 거꾸로 생각해야 합니다. 더이상 짧은 초에 불을 붙여 쓰지 마십시오. 그 불로 긴 초를 켜셔야 합니다. 아직 살아가야 할 날이 많은 다음세대가 세상의 빛이 되도록 말입니다. ”

20대 중반 개척한 미국 캘리포니아주 코너스톤커뮤니티처치를 15년 만에 30명에서 6000명 규모로 성장시킨 뒤 2010년 홀연히 사임한 프랜시스 챈 목사는 3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G2A 집회’에서 한국교회 1만5000명 성도에게 이 같은 진심 어린 조언을 전했다. 참여자 중 85%가 10대에서 30대의 다음세대였던 이 집회에서 다음세대를 응원하기 위해 모인 15%의 어른세대에게 한 당부였다. 동시에 언젠가 그 자리를 채울 다음세대를 향한 메시지이기도 했다. 챈 목사는 “하나님은 거룩하고 숭고한 예배가 다음세대에게까지 이어지기를 원하신다”고 강조했다.
3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한국교회 선교 운동을 위해 연합한 G2A 집회의 모습. 프랜시스 챈(왼쪽) 목사와 통역을 맡은 하베스트락처치 임재승 목사. G2A 제공

3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한국교회 선교 운동을 위해 연합한 G2A 집회의 모습. 프랜시스 챈(왼쪽) 목사와 통역을 맡은 하베스트락처치 임재승 목사가 설교 후 참석한 예배자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G2A 제공

G2A는 아이자야식스티원, 팀룩워십, 예수전도단 화요모임, 제이어스 등 국내 유명 찬양 사역팀과 청소년, 캠퍼스, 일터 등 다양한 사역 기관과 교역자가 연합해 올해 처음으로 개최된 대규모 초교파 집회다. 사전 판매된 티켓은 모두 매진됐으며, 전국 3400여개의 교회의 성도들이 참여한 것으로 집계됐다. 10~20대 참여율은 60%였다. 첫 번째 세션에서는 ‘부흥’을 주제로 메시지가 전해졌다. 움직이는교회의 김상인 목사는 “오늘의 집회가 단순한 이벤트로 끝나지 않길 바란다”며 “지금 이 자리에 계시는 모든 분이 죽음을 무릅쓰고 조선 땅에 복음의 씨앗을 뿌렸던 선교사들처럼 보이지 않지만 심어진 씨앗의 열매를 바라보며 부흥을 향해 나아가길 소망한다”고 했다.
3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한국교회 선교 운동을 위해 연합한 G2A 집회의 모습. G2A 제공

참석자들은 한국교회와 다음세대의 선교적 운동을 위해 10시간 동안 쉬지 않고 예배드렸다. 부흥, 부르심, 제자도, 열방으로 나뉜 네 가지 세션은 아이자야식스티원, 팀룩워십, 예수전도단 화요모임, 제이어스의 찬양으로 시작됐고, 각 주제에 맞는 교역자가 메시지를 전했다. 또 청소년, 신학생·목회자, 캠퍼스·일터, 열방 등 여섯 가지 미션필드에 참여하겠다는 결단과 기도의 시간도 가졌다. 무대 전체를 연결한 대형 스크린은 찬양 시간에 강력한 몰입감을 선사했으며, 같은 화면에 결단을 위한 QR코드가 띄워져 참여자들이 즉시 반응할 수 있도록 했다. G2A는 집회 이후에도 참여자들이 일상 속에서 선교적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돕기 위해 기도 모임을 연결하고,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등 지속적인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3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한국교회 선교 운동을 위해 연합한 G2A 집회의 모습. 전국 각 고등학교에서 청소년 기도모임을 이끌어가는 학생들. G2A 제공

3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한국교회 선교 운동을 위해 연합한 G2A 집회의 모습. 각 대학에서 기도모임을 이끌어가는 학생들. G2A 제공

예배가 드려진 메인 행사장 옆 공간에 기독교 기관 소개나 굿즈 판매뿐 아니라 6가지 미션필드에 대한 참여를 상세히 설명해주는 코너가 마련되기도 했다. 일터 영역에서 설명을 도운 원바디커뮤니티의 임원석 간사는 “직장인이 평균 40년간 10만 시간을 일한다는 통계가 있다”며 “일터는 단순한 생계를 넘어 소명이며 사명의 영역”이라고 전했다. 이어 “직장인, 사업가들에게 기도 모임을 연결해주는 것은 물론 일터 사역자로 나아갈 수 있도록 노하우를 공유하는 등 집회 이후의 삶의 선교 현장을 도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3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한국교회 선교 운동을 위해 연합한 G2A 집회의 모습. G2A 제공

3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한국교회 선교 운동을 위해 연합한 G2A 집회의 모습. G2A 제공

개인의 영적 각성을 주제로 한 두 번째 세션 ‘부르심’에서는 ‘하준파파’로 잘 알려진 황태환 에이치유지 대표가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돌도 안된 아이를 갑작스러운 심장병으로 떠나보낸 뒤, 아이의 사명을 대신하기 위해 더욱 열심히 구원의 감격을 주변에 전하고 있다”며 “오늘 집회를 마치고 집으로 흩어진 모두가 단 10분 만이라도 구원의 감격을 마음에 새기며 십자가를 바라보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3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한국교회 선교 운동을 위해 연합한 G2A 집회의 모습. 4세션 통일을 주제로 이야기한 황덕영 목사. G2A 제공

다음세대가 강력한 음향과 화려한 무대 연출 속에서 찬양을 즐기는 동안, 어른세대 역시 함께 뛰며 찬양할 뿐 아니라 또 다른 감동의 순간을 누렸다. 특히 아이자야씩스티원의 무대가 시작되기 1시간 전부터 김포순복음교회에서 온 장년 여성으로 꾸려진 아이자야씩스티원 중보팀은 구석 자리에 함께 앉아 함께 기도를 드렸고, 찬양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그 기도는 이어졌다. 태민수 집사는 “다음세대가 기독교 문화 안에서 자라나 빛으로 세상에 나아가길 기도했다”며 “꿈꾸는 다음 세대에게 놀라운 일이 일어나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청주 상당교회에서 청년 80여명과 함께 집회에 참여한 안광복 목사도 찬양곡이 나올 때마다 일어나 함께 노래했고, 점프하면서 찬양을 즐기는 청년 모습을 흐뭇한 미소로 카메라에 담았다. 안 목사는 “감성적인 찬양뿐 아니라 이어진 구체적인 말씀을 통해 다음세대를 세워가겠다는 취지가 인상 깊었다”며 “열정적으로 준비된 하나님의 예배자들이 새로운 패러다임 속에서 성장해 선교에 힘쓸 수 있도록 한국교회가 그들을 돕는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강하게 느꼈다”고 전했다.
3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한국교회 선교 운동을 위해 연합한 G2A 집회의 모습. G2A 제공

부산성시화운동본부 사무총장인 부산의 새희망교회의 성창민 목사는 “기획, 연출 면에서도 뛰어난 예배의 장이었다. 다음세대에게 하나님을 만나는 통로를 경험하게 하고, 이후 각자의 영역으로 돌아가 선교적 열망을 틔울 수 있도록 연결한 점이 탁월했다”고 집회 참여 소감을 전했다. 전북 익산 꿈이있는교회의 조정환 목사도 “다음세대가 뜨겁게 찬양하고 부르짖는 모습을 보면서 어른세대인 저도 많은 도전과 은혜를 받았다”며 “미션필드로 이어지는 일정이 쉽지 않은 헌신이 있어야겠지만, 그런 이후 활동을 통해 얼어붙은 믿음의 영역들이 사라지고 그리스도의 계절이 속히 오길 기대한다”고 했다.
3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한국교회 선교 운동을 위해 연합한 G2A 집회의 모습. G2A 제공

이번 집회에는 전국 각지에서 600여명의 자원봉사자가 참여해 도움을 보탰다. 부산에서 출발해 오전 11시부터 안내 봉사를 맡은 이예은(26)씨는 “긴 연휴의 첫날인데도 예배드리기 위해 온 또래들을 보면서 가슴이 뜨거워졌다”고 했다. 의료진으로 봉사에 나선 김승철씨도 “12명의 의사가 나눠서 봉사에 참여했다. 이른 시간부터 예배를 드리겠다고 찾아온 아이들의 모습이 참 기특하다”고 웃었다. 일산 광림교회의 박동찬 목사와 경기도 안양 새중앙교회 황덕영 목사 등은 든든한 어른세대로 G2A에 함께했다. 박 목사는 “2004년도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어게인 1907’이라는 이름으로 청년들이 밤새워 기도했던 청년 운동에 동참했고, 20여년이 지나 그때 함께했던 청년들이 좋은 사역자로 성장해 이 세대를 이어간다는 개인적 감동이 있었다”며 “밥을 안 먹어도 배부르다는 말이 가슴 깊이 와닿았다”고 했다. 이어 “새벽부터 전국에서 버스를 타고 올라와 한꺼번에 차에서 내려 예배장으로 몰려오는 모습이 한국교회의 소망을 보는 것 같았다”며 “다음세대가 부흥을 향한 선배들의 열망과 꿈의 바통을 이어받길 묵묵히 기도하겠다”고 했다.
3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한국교회 선교 운동을 위해 연합한 G2A 집회의 모습.G2A 제공

이번 집회에는 전국 각지에서 다양한 세대들이 참여했다. 경기도 화성에서 18개월 아이를 아기 띠에 매고 함께 온 유명철 이은주 부부는 “모두가 함께 모여 기도하는 시간을 기대하고 이 자리에 왔다”며 “이성 친구와 함께 집회에 참여하는 젊은 친구들을 보면서 한국 기독교의 희망을 엿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여자친구와 함께 참석한 이강한씨는 “유명한 국내 CCM 그룹과 목사님들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었다는 게 정말 좋았고, 1만5000명이 한마음으로 같은 자리에 모였다는 사실도 인상 깊었다”며 “복음은 세상에 뿌려지지 않으면 자랄 수 없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삶의 자리로 돌아가 능동적으로 복음의 씨앗을 뿌리며 살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가슴에 새기고 돌아간다”고 덧붙였다. 지역 고등학교 기도 모임 친구와 함께 집회에 온 신학생 윤태이씨는 “교단과 교파를 넘어 모두가 한목소리로 찬양하고 예배한 순간은 목회자의 길을 걷는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고 감격했다.
3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한국교회 선교 운동을 위해 연합한 G2A 집회의 모습.G2A 제공

3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한국교회 선교 운동을 위해 연합한 G2A 집회의 모습. 함께 예배드리는 자원봉사자. G2A 제공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