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철 공원이나 산길에 떨어진 갈색 열매를 ‘밤’으로 착각해 집어 들었다간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마로니에(가시칠엽수) 열매일수도 있기 때문이다. 외형은 밤과 판박이처럼 닮았지만 독성을 품고 있어 섭취할 경우 호흡곤란 등 심각한 증상을 유발한다.
4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공식 유튜브와 블로그 등을 통해 “마로니에 열매를 밤과 혼동하지 말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마로니에 열매는 가로수나 조경수로 흔히 쓰이는 마로니에 나무에서 열린다. 둥글고 갈색 빛깔에 반짝이는 표면을 가져 멀리서 보면 밤과 거의 구분이 되지 않는다. 심지어 속살도 밤과 흡사해 ‘먹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국내 지자체들은 서울, 경기, 전북 등 전국 곳곳의 공원과 도로변에 수백 그루의 마로니에를 심어 관리 중이다. 매년 가을이면 열매가 떨어지는데, 생김새가 밤과 비슷해 시민들이 착각해 주워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
각 지자체가 “절대 먹지 말라”는 안내문을 돌리는 이유다. 실제로 마로니에 열매를 밤으로 알고 섭취했다가 응급실로 이송돼 위세척을 받은 사례도 보고됐다.
마로니에 열매에는 사포닌, 글루코사이드, 타닌 등이 다량 함유돼 있다. 문제는 삶거나 굽는 등 열을 가해도 독성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섭취할 경우 구토와 설사, 위경련, 발열, 호흡곤란, 현기증 등 위장 장애와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날 수 있으며, 심한 경우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다.
식약처는 “껍질과 꼭지를 보면 구별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밤은 날카로운 가시가 빽빽한 밤송이 안에 들어있고, 열매 끝에는 뾰족한 꼭지가 달려 있다. 반면 마로니에 열매는 가시가 드문드문 나 있으며, 꼭지가 없는 둥근 형태에 표면은 유난히 매끈하고 광택이 난다.
식약처는 “조금만 유심히 보면 차이를 알 수 있지만, 아이들이 호기심에 집어 먹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어 “마로니에 열매는 식품 원료로 인정받지 않았으며, 안전성이 전혀 보장되지 않는다”며 “가을철 공원이나 도로변에서 밤처럼 보이는 열매를 발견하면 반드시 의심해 달라”고 당부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