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비·마운자로·오젬픽…비만을 ‘부의 문제’로 바꾸는 방법

입력 2025-10-05 16:01
사진=게티이미지뱅크

GLP-1 계열 체중감량 주사 열풍이 가라앉지 않고 있는 가운데 오젬픽, 위고비, 마운자로 등 체중감량 주사가 비만을 ‘부의 문제’로 바꾸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BBC는 지난 30일 체중감량 주사 시장을 조명하며 이 시장이 부유층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으며 건강 불평등이 심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된 이 주사제는 패션업계에서 암암리에 체중감량 목적으로 사용돼왔다. 그러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배우 우피 골드버그 등 유명인들이 주사제로 체중을 줄인 사실을 밝히며 주사제를 이용한 다이어트는 사회적으로 큰 화제가 되고 있다.

BBC는 “위고비, 마운자로 등은 영국 국민 보건서비스(NHS)에서 일부 처방되고 있다”며 “이론적으로는 누구나 비만 문제로 도움을 받을 수 있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BBC에 따르면 수천명의 환자들이 주사제 처방에서 소외되고 있다. NHS가 처방 기준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로 인해 부유층만 혜택을 누리는 체계가 형성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BBC는 “영국 내 150만명이 이 약을 사용하고 있지만 10명 중 9명은 사비로 구매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가격은 월 100~350파운드(약 17만원~60만원) 수준”이라고 전했다. 한 40대 IT업계 종사자는 BBC에 “1년째 마운자로를 처방받으며 20㎏을 감량했는데 비용이 너무 비싸서 계속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 이건 단순한 다이어트의 문제가 아니다.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의료업계도 건강 불평등 심화를 우려하고 있다. 캐서린 제너 비만건강연합(Obesity Health Alliance) 사무총장은 “체중감량 주사제를 오직 사비로만 접근 가능하게 만들면 건강은 부유층의 사치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BBC는 영국 내 저소득층 지역 주민의 3분의1이 비만이며 이는 부유한 지역의 2배 수준에 달한다고 전했다. 또 체중감량 약물의 사비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계층 간 건강 격차가 커진다고 지적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에 실린 미국의 한 연구를 예시로 들며 건강 격차는 경제적 불이익으로도 이어진다고 했다. 해당 연구에 따르면 비만 남성은 비만하지 않은 남성보다 5~14% 적은 임금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의 경우 격차는 더 커 12~19% 낮았다.

민간 시장은 이미 급성장 중이다. 노팅엄에 거주하고 있는 비즈니스 분석가 사라는 둘째 출산으로 30㎏이 늘자 NHS에서 생활습관 교정 프로그램을 받았지만, 체중감량 주사 처방에는 실패했다. 그의 BMI(체질량지수)는 37.5로 NHS의 처방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 사라는 앱을 통해 매달 200파운드(약 35만원)를 지불하며 위고비를 처방받았고 30㎏ 감량에 성공했다. 그는 “완전히 새 인생이 됐다. 피곤하지 않고 아기와 놀아줄 힘이 생겼다”며 “조금 비싸긴 했지만 비용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고 말했다.

BBC는 “하지만 모두가 이렇게 말하지는 않는다”며 리서치 기관 스트랜드 파트너스(Strand Partners)의 한 여론조사 결과를 언급했다. 영국의 과체중 인구의 18%만이 사비로 체중감량 약물을 구매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으며, NHS에서 제공된다면 59%가 사용하겠다고 답했다.

체중감량이 곧 부의 상징이 되는 사회라고 BBC는 지적했다. 온라인약국 케미스트포유(Chemist4U의) 제임스 오로언 대표는 “일부 고객은 고용량으로 바꾸지 못하고 심지어 할부 결제를 문의한다”며 “체중감량 약은 이제 소득수준에 따라 접근이 갈리는 약물이 됐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NHS가 처방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토니 블레어 연구소는 “BMI 27 이상인 국민에게 약물을 모두 제공해야 한다”며 소득에 따른 차등 지원과 기업의 비용 분담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