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죽어야 교회가 산다” 감리교 140주년 ‘파격 기도회’

입력 2025-10-04 17:00 수정 2025-10-04 17:00
김성복 기독교대한감리회 서울연회 감독. 신석현 포토그래퍼

‘우리가 죽겠습니다.’

이 구호가 한국교회에 던지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오는 26일 기독교대한감리회 서울연회(감독 김성복 목사)가 선교 140주년을 맞아 서울 금란교회에서 이 주제로 대기도회를 연다. 자아를 내려놓고 그리스도를 높이자는 회개와 갱신의 외침이다. 1만여명의 성도가 참석할 예정인 이번 기도회를 앞두고 최근 서울 성동구 꽃재교회 목양실에서 김성복(59) 감독을 만났다.

김 감독은 한국 교회의 가장 큰 문제를 ‘자아의 살아있음’으로 진단했다. “기독교는 갈라디아서 2장 말씀처럼 ‘나는 죽고 예수님이 사신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고백인데 우리의 자아는 너무 살아있습니다. 감독의 자아가 죽어야 연회가 살고 목회자들도 그러해야 교회가 삽니다. 자기 기득권을 지키고 자신을 드러내는 이들이 많아진 지금 현실에서 가장 필요한 각성의 메시지라고 판단했습니다.”

이번 기도회는 기존 집회의 틀을 완전히 깼다. 김 감독은 찬양 인도만 하고 설교는 40대 목회자인 김병윤 가나안교회 목사가 메시지를 전할 예정이다. 청장년선교회 서울연회연합회장인 안세진 권사의 기도와 청년회 서울연회연합회장인 이예찬 청년의 성경 봉독이 이어진다. 지도자들은 가능하면 전면에 나서지 않는다는 취지다.

마지막 순서는 더욱 파격적이다. 680명의 지방회 연합 찬양대가 함께 찬양하고 387개 교회 목회자와 사모 800여명이 모두 앞으로 나온다. 김 감독은 “참석자들이 겸손한 마음으로 ‘하나님께 다시 한번 기회를 달라’며 간절히 기도하고 목회자들이 공동 축도하는 시간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이번 기도회가 스크랜턴 선교사의 헌신을 되새기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29세에 조선에 온 윌리엄 스크랜턴은 백정들이 살던 동대문, 장사꾼들의 상동, 영아 살해가 빈번한 아현동에 교회를 세웠습니다. 가장 소외된 곳에서 복음을 전했죠.”

주목할 것은 미국 연합감리교회(UMC) 오하이오연회(감독 정희수 목사)와의 재연결이다. “140년 전 스크랜턴을 파송한 오하이오 연회의 현 감독이 동대문교회 출신 정희수 감독입니다. 하나님의 섭리를 느낍니다.”

김성복 기독교대한감리회 서울연회 감독. 신석현 포토그래퍼

지난 4월엔 일본에서 윌리엄 스크랜턴의 유해 동판을 가져와 어머니 메리 스크랜턴의 묘 옆에 안장했다. 103년 만에 모자가 재회한 순간이었다.

김 감독은 한국교회 문제 해결의 열쇠로 ‘자부심과 긍지의 회복’을 제시했다. “누가 지금 교회 다니는 것을 자랑합니까. 하나님은 개혁이 아닌 회복을 말씀하십니다. ‘우리가 다 죽고 예수님이 살아계셔야 한다’는 마음을 가질 때 하나님께서 회복시키실 것입니다.”

이번 기도회는 1시간 30분에 끝나는 새로운 형식으로 진행되며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파될 예정이다.

지난해 10월 감독에 취임한 그는 2026년 10월까지 임기를 수행할 예정이다. “감독도, 교회도, 담임 목사도 내가 잠깐 걸치고 있는 것일 뿐입니다. 그것을 자기 것으로 생각할 때부터 교회가 안 되기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그는 이 말을 자신에게도 끊임없이 되뇌고 있다고 했다. “지도자의 게으름은 덕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나서지 않고 뒤로 물러날 때 청년들이 앞으로 나올 수 있습니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