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를 타고 가다 인도에 쓰러져 있는 전동 킥보드를 마주칠 때가 있어요. 저 같은 장애인들에게는 무척 당황스러운 순간입니다.”
장애인복지선교협의회 전 회장 이계윤 목사가 4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전동 킥보드와 공유 자전거 등이 수시로 장애인들의 이동에 ‘큰 장애’가 된다고 전했다. 이 목사는 월간 ‘새가정’ 10월호에 ‘바른 곳에 주차해 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이 같은 내용의 칼럼도 게재했다.
이 목사와 같은 휠체어 장애인은 길을 막고 쓰러진 전동 킥보드를 어떻게 피해갈까.
그는 “행인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대안이 없다. 한참 기다리다 전동 킥보드를 치워달라고 부탁해야 한다”면서 “혼자 힘으론 치우고 지나갈 수는 없다 보니…”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용한 뒤 아무렇게나 던져 놓는 전동 킥보드나 공유 자전거가 장애인들의 이동에 어려움을 주는 ‘높은 장벽’이 되고 있다. 건널목 10m 이내는 주차 금지구역이지만 1m도 되지 않은 곳에 세워진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이같은 개인형 이동장치(PM)의 주정차 위반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
지난해 서울에서만 PM 주정차 위반 신고 건수가 18만 건에 달하는데 이는 전년 대비 4만 건가량 늘어난 수치다.
지자체들도 PM 전용 주차공간을 확충하고 있지만 길을 막고 주차하는 등의 불법 사례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경기도 화성시는 지정 위치에 반납하지 않으면 이용자에게 대여 업체가 추가 요금을 받도록 하는 제도를 전국 최초로 시범 운영하고 있을 정도다.
무엇보다 이런 전동 장치 불법주차를 직접 처벌할 규정이 없다 보니 장애인 이동권을 비롯한 각종 문제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 목사는 “많은 사람이 공유 자전거와 전동 킥보드를 아무 데나 버려두고 떠나는 사례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면서 “나 같은 장애인뿐 아니라 보행자와 유모차, 노인 스쿠터 등 모든 행인이 큰 불편을 겪고 있고 위험에 빠져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시각 장애인을 위한 유도블록 위에 방치된 예도 있는데 시각장애인들에겐 정말 큰 위험 요인”이라면서 “이용자들이 제발 올바른 곳에 주차해 다른 이들의 안전을 위한 배려를 해 달라”고 요청했다.
강력한 법적 규제도 제안했다.
이 목사는 “미국은 장애인 주차 구역에 불법 주차할 경우 500~700달러까지 벌금이 부과되고 견인을 하기도 한다”면서 “이런 강력한 규제책을 통해 안전한 보행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배려하는 문화 정착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배려하자는 구호만으론 다양한 보행자 안전을 지키는 데 한계가 분명하다. 결국,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