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집권 2기에서 강세장을 탄 ‘대장화폐’ 비트코인의 향후 방향을 놓고 상승론과 하락론이 엇갈리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기조가 추가 상승을 이끌 것이라는 기대와 투자 심리가 과열됐다는 우려가 충돌한다.
비트코인은 한국시간으로 8일 오전 8시30분 현재 미국 암호화폐 시가총액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서 24시간 전보다 2.52% 떨어진 12만1715달러(약 1억7253만)를 표시하고 있다. 지난 8월 이후 2개월여 만인 이달 3일 12만 달러(약 1억6800만원)를 탈환한 뒤 연일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지만 이날은 하락 전환했다.
유럽 암호화폐 분석 업체 K33리서치의 베틀 룬데 연구책임자는 미국 매체 코인데스크에 “지난주 파생상품 시장에 축적된 비트코인이 6만3000개 이상으로 지난 5월 최고치를 넘어섰다”며 “명확한 촉매 없이 가격 상승에 베팅하는 광범위한 롱(매수) 포미션에 의해 주도된 것으로 시장의 과열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옵션 거래자들이 14만 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보고 베팅을 늘리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연준의 금리 인하에 따른 시장 유동성 확대 가능성과 이달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일시 업무 정지)에 따른 달러화 신뢰 하락, 연말 ‘산타 랠리’를 기대하는 4분기 강세장 전망이 암호화폐 시장의 상승장을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
비트코인은 지난해 11월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한 뒤부터 강세장으로 전환됐다.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2기가 출범한 뒤 등락을 거듭했지만 지난달 연준의 금리 인하를 계기로 상승장을 재개했다.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미국 동부시간으로 지난 2일 비트코인 선물 미결제약정은 326억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미결제약정 증가는 투자자들의 시장 참여도가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해 강세장에 힘을 싣는 근거로 여겨진다.
암호화폐 시장의 ‘큰손’들은 낙관론을 제기한다. 비트코인을 기업 차원에서 매입하는 미국 소프트웨어업체 스트레티지의 마이클 세일러 회장은 지난달 26일 엑스에 “비트코인을 계속 보유하라(Keep the Bitcoin)”고 적었다. 그는 지난달 15일 약 6000만 달러어치의 비트코인 525개를 사들인 사진도 공개했다.
약세론자는 시장 과열을 경고한다. 특히 4년 주기로 등락한 비트코인의 이전 가격 추세가 트럼프 2기에서 왜곡돼 갑작스러운 급락장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암호화폐 인플루언서 엑스카보(EXCAVO)는 지난달 23일 엑스에 “비트코인의 강세는 9월 13일에 종료됐다. 나는 모든 물량을 매도하고 있다”고 적었다. 그는 비트코인이 장기적으로 30만 달러에 도달할 것이라는 자신의 기존 전망을 유지하면서도 “50~60%가량의 조정을 거쳐야 다음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금 옹호론자인 피터 시프 유로퍼시픽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엑스에서 세일러 회장의 비트코인 매집과 관련해 “같은 기간에 금에 투자했다면 30%가량의 추가 이익을 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