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갔던 시드전에만 안가더라도 살 것 같다.”
올해로 KLPGA투어 5년차 시즌을 보내고 있는 이세희(27·삼천리)는 요즘 좌불안석이다. 현재 상금 순위 51위에 자리하고 있어 내년 시드 유지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 출전하는 모든 대회에 배수진을 치고 임해야 한다. KLPGA투어 유일의 변형 스테이블 포드 방식으로 치러지는 동부건설·한국토지신탁 챔피언십(총상금 10억 원)도 예외가 아니다.
그는 3일 전북 익산시 익산CC(파72)에서 열린 대회 사흘째 3라운드에서 보기 2개에 버디 5개를 묶어 8점을 획득했다. 중간합계 22점을 획득한 이세희는 공동 24위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한다.
이 대회는 파 0점, 버디 2점, 이글 5점, 앨버트로스 8점을 부여하고 보기는 -1점, 더블보기 이상은 모두 -3점으로 처리해 점수 합계로 최종 순위를 정하는 변형 스테이블포드 방식으로 치러지고 있다.
이세희는 이번 대회에 대선배이자 삼천리 골프단 코치인 김해림(36)에게 캐디백을 맡겼다. 김해림은 KLPGA투어서 통산 7승을 거둔 뒤 지난 2024년에 은퇴해 삼천리 골프단 코치를 맡고 있다.
이세희는 “뭔가 변화를 줘야겠다고 생각해 내가 SOS를 먼저 청했다”라며 “언니가 흔쾌히 허락해주셔서 힘이 되고 있다”고 했다.
이세희는 특급 캐디의 도움으로 대회 첫날 1라운드에서 13점을 획득, 공동 3위에 자리하면서 생애 첫 승 기대감을 부풀렸다. 하지만 2라운드에서 1점을 보태는데 그쳐 공동 26위로 순위가 미끄럼을 탔다.
그는 “딱히 안되는 것이 없었는데 퍼트가 안들어 가는데 답이 없었다”라며 “이틀간 회복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잡았다. 그리고 오늘 8점을 획득해 상위권 입상 교두보를 마련했다”고 했다.
이세희는 올 시즌 상금 순위가 51위다. 내년 시드 유지를 위해서는 60위 이내에 들어야 하는데 결코 안심할 단계가 아니다.
이 대회를 마치고 나면 5개 대회가 남게 되지만 그 중 출전이 확정된 대회는 오는 30일 개막하는 S-OIL 챔피언십 뿐이다. 나머지 대회는 대기 3번 이어서 앞선 시드권자 중에서 불참자가 나오면 출전이 가능한 상황이지만 출전을 장담할 수 없다.
이세희는 “흐름이 괜찮다고 생각하는 시점에 대회를 못 나가게 됐으니까 좀 아쉬운 마음이 크다”라며 “그래서 마지막날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상위권에 입상해서 좀 더 마음이 편안해졌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밝혔다.
그도 그럴 것이 그에게는 ‘무안행’으로 불리는 시드전에 대한 일종의 트라우마가 있기 때문이다. 그는 KLPGA투어 5시즌 중 2부 투어(드림투어) 상위 성적으로 올라온 시즌을 제외하곤 모두 시드전을 거쳐 올라왔다.
그는 “시드전에만 안가도 살 것 같다”라며 “내일이 그것을 결정할 중요한 기로다. 그래서 후회없는 플레이를 하고 싶다. 결과가 어찌 되든 간에 후회없는 멋진 플레이를 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세희는 생애 처음으로 시드를 유지하게 된다면 그 자체로 내년 시즌에 선한 영향력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 전환점에서 구단 코치인 김해림은 이세희에게 ‘수호천사’ 같은 존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올해 초부터 김해림코치의 지도를 받고 있다. 상당한 변화도 있었다. 다가오는 동계 시즌에는 처음으로 구단 골프단과 전지 훈련을 할 계획도 갖고 있어 기대감이 크다.
이세희는 “김해림 코치와 지유진 부단장님이 경기 때 9홀 씩이라도 무조건 함께 돌아주면서 체크를 해준다. 코스 매니지먼트 등 디테일한 상황 대처가 나랑 차이가 있다는 걸 실감했다”라며 “그럼 점을 체크하면서 골프가 점점 발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순위에 좀 반영이 됐으면 좋겠다”고 웃어 보였다.
그렇다면 이세희에 대한 김해림코치의 생각은 어떨까.
볼 스트라이킹 능력이 아주 뛰어나다고 평가한 김해림은 “아쉬운 건 플레이가 지속적이지 못하다는 점”이라며 “흐름만 괜찮으면 충분히 우승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했다.
스윙 코치로서 아쉽게 생각하는 점은 또 있다. 골프를 좀더 깊이 이해했으면 하는 것이다.
김해림은 “보수적 플레이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공격적인 플레이를 한다. 반대로 공격적 플레이가 절실한 상황에서는 그 반대로 플레이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니 전체적으로 아귀가 안맞는다”라며 “타이밍을 잡는 것도 계속 경험하다보면 좋아질 것이다. 그 외 다른 부분은 진짜 나무랄 데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해림은 마음에 꾹 담고 있던 한 마디를 불쑥 꺼냈다.
그는 “세희의 연습량이 부족하다”라며 “본인은 열심히 했다고 하는데 내가 봤을 때는 그보다 더 해야 한다고 본다. 서로 생각하는 기준점이 다른데 세희가 기준점을 내 수준으로 상향 조절했으면 하는 바램이다”고 했다.
그 말은 들은 이세희는 “프로님 내년에 투어를 한 번 확 뒤집어 놓을까요”라고 웃었다. 그러자 김해림은 “내년에 잘해서 팬들에게 좋은 모습 보여드리도록 하자”고 화답했다.
익산=정대균골프선임기자(golf5601@kmib.co.kr)
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